미래 한국 경제를 이끌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우리 경제의 주축을 이루던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조선 분야의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새로운 산업기술 경쟁력 확보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그러나 미래의 먹거리인 주력산업이 구체화 되고 있지 않아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초연결사회, 인공지능, 블록체인, 무인자동차, 스마트 팜, 빅데이터 등의 신기술 육성을 통해 미래의 성장동력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있기는 하다. 이 기술들이 기존산업기술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점은 `공유` 개념이 크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제를 이끌어 왔던 산업의 개념은 `소유`의 성격이 강했다. 개인이 제품을 소유하고 서비스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이었던 반면 미래의 신산업은 다수의 개인 혹은 시스템이 연결되면 서비스와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개인과 사회가 함께 공유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기본적으로 서비스를 구성하는 공급자와 사용자, 사용자와 사용자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공유 모델을 이루는 구성원들 간의 신뢰가 제품과 서비스의 시장경쟁력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기업과 서비스가 신뢰감을 더 주는가에 따라 더 많은 구성원이 모이고, 기업의 성패도 여기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자동차의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만이 아니라 신뢰성이나 A/S 등을 따지게 된다. 더욱이 자율주행차라고 한다면 요구 신뢰성은 더 높진다. 자율주행차를 공급하는 회사의 이미지가 신뢰성이 낮고 사회적 인식이 나쁘다면 제아무리 신기술로 무장한 자동차를 내놓아도 안전이 생명인 제품을 선뜻 구매할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자동차 회사들은 미래의 이용자들에게 신뢰감을 얻기 위해 자율주행차에 대한 시험주행 결과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보다 많은 경우의 수와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야만 브랜드 신뢰감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 한 국가에서만 운행 시험을 거친 자율 주행자동차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다국적 기업이 아닌 이상 자동차업체의 영업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농업 분야도 미래에는 신뢰가 곧 시장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상대적으로 싼 중국산 농산물이 국내 시장을 석권하지 못하는 것은 신뢰감이 낮기 때문이다. 사람이 먹는 음식은 특히 높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 농산업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스마트 팜(Smart Farm)의 경우 농업 생산성뿐 아니라 농산물 안전과 품질에 대한 신뢰를 비즈니스 모델의 기반으로 하고 있다. 스마트 팜은 단순한 농업 자동화에서 진화하여 농작물의 생산자 정보와 어떻게 키워지고 유통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유하게 함으로써 먹거리에 대한 신뢰감을 극대화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미래 신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이처럼 기술의 신뢰성을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 산업에서는 기술 수준을 정량적 단위로 평가해 왔지만 미래 신기술들은 단순한 축정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따라서 해당 서비스와 제품에 대한 신뢰성이 산업의 기반이 되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공유 서비스, 공유 정보 등 공유 경제체제에서는 신뢰 없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뢰기반의 산업 육성을 위해 기업들이 제품과 서비스의 신뢰 정보를 쌓을 수 있는 사회 단위의 실증 인프라가 필요한 시점이다. 스타트업 기업이나 중소벤처기업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실증용 사회 인프라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에 대한 신뢰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신뢰기반의 미래 신기술이 성장할 수 있는 기초 생태계를 조성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최현석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청정생산시스템전략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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