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연, 오윤식 부부.
배지연, 오윤식 부부.
"아이들에게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나는 너의 엄마로 태어나고 싶다고 얘기해요. 입양은 제 인생 최고의 선물이에요."

올해로 결혼 16년차인 대전 서구에 사는 배지연(43)·오윤식(43) 부부에겐 6살과 4살의 두 형제가 있다. 부부에게 매일같이 행복을 안겨주는 두 형제는 입양아다.

배 씨가 입양을 결정한 건 난임을 겪으면서다. 남편에게 얘기하고 1년 동안 고민했지만 막상 입양을 신청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입양에 대한 편견과 주변의 부정적 반응, 입양을 한 후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등은 그에게 입양에 대해 두려움마저 갖게 했다.

"저도 입양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거죠. 주변에서 입양을 말리니, 두렵기도 했어요. 그런데 직접 입양가족들을 만나보니까 그런 편견과 우려가 싹 사라지더라고요."

2013년, 당시 6개월이었을 때 만난 큰 아이는 그에게 그저 `가족`이었다. 하루종일 칭얼대다 잠든 아이를 볼 때면 배 씨는 그보다 더 큰 기쁨을 맛볼 수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행복감을 느꼈다. 큰 아이에게 형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배 씨는 2015년 둘째를 입양했다.

배 씨는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가 입양이 잘 안된다"며 "그래서 두 번 다 남자아이를 입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가 혈연주의가 강하다보니 입양 전도, 입양 후도 주변 시선과 반응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남들의 시선에 아이들이 상처받는 것이 싫어 이사를 하기도 했다.

배 씨는 "우리나라는 혈연주의가 강해 입양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편견을 갖고 있다"며 "가족은 피가 아닌 사랑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는 부모 소유가 아니라 독립적 인격체"라며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책임지고 부모 역할을 해주는 것으로 그런 관점이 배제되다보니 입양에 대한 편견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입양특례법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배 씨는 "검증된 가정에 아이를 입양 보낸다는 법의 취지는 당연히 공감하지만 국내 입양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는 점은 있다"고 지적했다. 2012년 입양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입양 절차가 까다로워져 입양을 신청하는 부모들은 기본 서류 외에 신용정보조회서, 수사경력조회서, 심리검사보고서 등 25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렇다보니 입양을 고려하는 부부들이 오히려 입양을 포기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그는 "입양은 사회 구조적 관점이 아닌 관계의 문제인데 입양을 바라보는 시각이 일부 왜곡돼있는 거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배 씨는 최근 셋째 아이 입양을 신청했다.

"제가 셋째를 입양한다고 하니 주변에선 `대단하다`는 말도 해요. 그러나 입양은 대단한 게 아니에요. 그저 가족을 만들어가는 제 평범한 삶일 뿐이죠."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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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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