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데서 시작하고, 천하의 큰 일은 반드시 미세한 데서 일어난다.(天下難事 必作於易, 天下大事 必作於細)" 노자의 도덕경 제63장에 나오는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회담이 임박했다. 한반도는 물론 지구촌 모두가 주목하는 빅 이벤트다. 우리로선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담보할 수 있느냐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담판인 것이다. 정파를 떠나 모든 국민들이 이번 회담의 성공을 학수고대하는 이유다.

돌이켜보면 6개월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당시 북한은 핵폭탄과 함께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완성을 주장하며 명실상부한 핵보유국가임을 대내외적으로 선언한 반면 미국은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과 참수작전까지 언급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말 그대로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살얼음판에 서 있던 게 불과 몇 달 전이다. 굳이 한반도 평화의 최대 분수령이 될 북미회담의 성패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꼿꼿한 자세로 악수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레드벨벳 멤버들에게 몸을 숙여 악수하며 웃는 장면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졌음을 실감할 수 있다.

급변한 한반도 상황에 대해 다양한 정치적 평가와 외교안보적 분석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스포츠가 남북화해 무드의 상징적 물꼬를 텄다는 점이다.

발화점은 북한 김 위원장의 신년사다. 그가 `평창올림픽에 북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고 시사한 뒤 곧바로 남북은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북한 선수 및 응원단 참가를 확정했고, 삼지연관현악단으로 대표되는 문화교류까지 더해지면서 해빙 무드는 급속히 확산됐다. 물론 고비도 있었다. IOC의 제안으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 추진되자 곱지않은 시선과 우려가 커져갔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은 빠르게 하나가 되어 갔고, 남북 선수 구분없이 투혼을 발휘해 곳곳에서 가슴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평창올림픽 성공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남북단일팀은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변곡점을 만들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측 고위급 대표단에 포함돼 방남한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을 환대했다. 특히 김 부부장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의지를 확인한 문 대통령은 곧바로 회담 준비에 착수,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을 도출해 냈고 이제 북미회담 성공을 위한 외교전에 집중하고 있다.

천하의 어려운 일로만 보였던 북핵 문제가 스포츠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게 된 것은 스포츠 고유의 특성 때문이다. 정치이념 및 사회제도의 차이를 떠나 함께 땀 흘리고, 상호 교감하다 보면, 서로를 포용하고 불신의 장벽을 허물 수 있게 된다. 특히 북한의 경우 UN이 주도하는 경제제제조치로 인해 당분간 경제분야 교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스포츠분야는 별다른 제약 없이 상호 동질성을 확인하고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매개체임이 분명하다.

올림픽으로 한반도 평화체제의 물꼬를 텄다면 이제 농구로 남북교류의 틀을 확대해보면 어떨까. 축구와 탁구 등 다른 구기종목들은 그동안 꾸준히 교류해왔지만, 1930년대 시작된 경평(서울과 평양) 농구는 1946년을 끝으로 중단됐다. 집권이후 NBA출신 데니스 로드먼을 북한으로 초청할 정도로 농구광인 북한 김 위원장이 4·27 정상회담에서 스포츠 교류를 소재로 대화를 나누던 중 "경평 축구보다 농구부터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라고 제안했다 하니,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과거 남자프로농구 주관 단체인 KBL이 남북평화재단과 함께 `평화의 3점슛` 프로그램 등을 통해 북한 청소년를 위한 농구공 보내기 운동을 펼쳤던 것도 좋은 기억이다.

노자의 도덕경을 또 인용해 본다. 제64장에 따르면 "아름드리 큰 나무도 터럭 끝만 한 씨앗에서 싹이 트고, 아홉 층 높은 집도 낮은 바탕이 있은 다음에 세워지며,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合抱之木 生於毫末, 九層之臺 起於累土, 千里之行 始於足下"라고 했다. 송충원 서울지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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