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영휴 ㈜씨크릿 우먼 대표, 박미숙 ㈜비앤비컴퍼니 대표, 이지원 라온컨벤션 대표
왼쪽부터 김영휴 ㈜씨크릿 우먼 대표, 박미숙 ㈜비앤비컴퍼니 대표, 이지원 라온컨벤션 대표
지난해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성적 우수자 1등, 2등, 3등을 모두 여성생도가 차지해 관심을 모았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여성 소방공무원부터 여성 정비사까지 오랫동안 금녀의 직업으로 여겨졌던 업종에서도 여성들의 진출은 활발하다. 이 같은 여풍시대를 이끌고 있는 또 다른 인물들이 바로 여성 CEO다. 이미 대전에서도 2016년 여성이 대표인 사업체의 비율이 전체 사업체의 39.4%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CEO는 본인만의 전문성과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리더십으로 지역 경제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지역에서 `여풍당당`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여성CEO를 만나보자.

◇김영휴 ㈜씨크릿 우먼 대표=2001년 6월 설립된 씨크릿 우먼은 `헤어웨어`라는 생소한 세계를 개척한 기업이다. 헤어웨어는 단순히 빈모나 탈모를 가리는 여성용 가발이라는 개념을 뛰어넘어 여성의 자존감을 높이고 아름다움을 더하는 새로운 패션 아이템이다. `인간의 새로운 의생활을 창조한 기업`이라는 기업 비전답게 김영휴 대표역시 창조의 힘으로 기업을 키워냈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남들과 다른 발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김 대표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일을 할 때가 가장 힘이 난다"며 "창조적인 생각으로 남들이 하지 않는 일에 뛰어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38살의 나이에 사업을 시작했다. 여성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아이템을 고민하다 헤어웨어를 만들게 됐다. 결혼 후 전업주부의 삶을 살며 늦은 나이에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특유의 뚝심과 도전정신으로 지금의 회사를 일궈냈다. 이러한 김 대표의 노력으로 씨크릿 우먼의 헤어웨어는 크게 성장했다. 창업 다음 해에는 대한민국특허기술대전 동상을 수상했고 `굿 디자인 어워드`에서는 제품의 기능과 인체공학적 미학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매출 역시 성장했다. 2006년 백화점에 처음 진출한 이후 창업 6년만에 100억 원 매출을 달성했다. 김 대표는 현재 대전·세종·충남 여성벤처협회장이라는 역할도 다하고 있다. 여성으로 회사를 일궈낸 만큼 여성의 사회적 진출에 대한 지원활동을 아끼지 않는다. 김 대표는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쌓은 여성들이야 말로 사회에서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자존감을 되찾고 보람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미숙 ㈜비앤비컴퍼니 대표=1998년 비비트레이딩으로 시작해 2012년 설립된 ㈜비앤비컨퍼니는 구강용품과 치간·마스카라·의료·산업용 브러시를 생산하는 회사다. 2011년 이미 수출의 탑 100만 달러를 수상할 정도로 큰 회사지만 처음 시작은 만만치 않았다. 20년동안 회사를 이끌어온 박미숙 대표의 끊임없는 노력과 발품이 지금의 성장을 만들었다. 결혼 후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의 아내로 평범한 일상을 살았던 박 대표는 IMF 시절 남편이 회사를 퇴사한 후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일본과 첫 거래를 시작하면서 주문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365일 휴일도 없이 회사에 매달렸고 경리 업무뿐만 아니라 제품 검수까지 1인 3역을 맡으며 회사 일에 몰두했다. 첫 거래처가 일본업체 였던 만큼 까다로운 제품품질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박 대표는 그때의 노력과 어려움이 지금의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라고 말한다. 박 대표는 "일본업체가 신뢰할 수 있을 만큼 제품수준을 높인 덕분에 다른 나라 바이어들과도 신뢰를 쌓으며 거래를 할 수 있었다"며 "어려웠지만 탄탄한 첫걸음이 회사의 발전에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이러한 노력은 회사의 성장을 가져왔다. 회사의 제품이 미국 FDA제조 승인인증과 유럽 CE마크획득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수출입안전관리 우수업체인증(AEO)를 획득했다. 현재 박 대표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전지회장의 역할도 맡고 있다. 직접 사업을 운영하면서 여성기업인들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지회장을 맡으면서 느끼는 점도 많아졌다. 박 대표는 "여성기업 공공구매 의무화에 관한 법률 및 시행형이 개정됐지만 여성이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여전히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여성기업인들에게 혜택이 많이 갈 수 있도록 제도가 잘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원 라온컨벤션 대표=대전 유성구 온천관광단지에 자리잡은 라온컨벤션은 1978년 유진장으로 시작해 역사와 전통을 가진 연회 공간이다. 라온컨벤션은 단순히 전통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 모던함과 세련미를 더해 많은 관광객과 연회객에게 사랑받고 있다. 라온컨벤션의 이런 정성에는 이지원 대표의 노력이 숨어 있다. 이 대표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병환으로 어머니가 이어온 호텔사업을 이어받았다. 이미 세 아이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 며느리로 13년을 살았기에 이 대표가 라온컨벤션의 CEO가 됐을 때는 주변의 걱정과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긍정의 에너지로 용기를 잃지 않았다. 스스로를 여전사로 칭할 만큼 강인한 자세로 누구보다 앞장서 사업을 이끌어 왔다. 그녀는 직원 관리부터 호텔의 인테리어까지 모두 꼼꼼하게 살핀다. 오랫동안 호텔업을 해온 부모님의 영향으로 정성과 예절을 먼저 배웠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어머니에게 강인함을 물려받았다면 아버지에게는 배려하는 공감하는 법을 배웠다"며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소중한 가치를 이제는 엄마로서 CEO로서 아이들과 고객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온천 호텔업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 유진장의 상징인 온천을 과감히 숨기고 웨딩과 컨벤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웨딩 중심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성장한다면 자연스레 고객들도 온천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를 통해 라온컨벤션은 어엿한 유성 온천관광단지 대표 호텔로 자리잡았다. 라온컨벤션의 자매회사인 지노테크 역시 마찬가지다. 지노테크는 대학교와 기업, 기관 등에 필요한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공급하는 기업이다. 이 대표는 세 아이의 교육을 직접 맡아온 만큼 교육에 대한 남다른 철학으로 지노테크를 이끌어 왔다. 그 결과 현재는 매년 30-40%의 성장을 기록할 만큼 탄탄한 회사로 성장했다. 이 대표는 "이제 대전 속 라온이 전국적으로 뻗어나가 라온만이 추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며 "단순한 연회장을 뛰어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공간으로 라온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주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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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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