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미의 독립영화 읽기

호텔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는 소년 `긴`은 친구들에게 가끔 담배를 훔쳐다 주며 그들과 시시껄렁하게 어울려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나이의 소녀 `나루미`에게 고백을 받는다. 그 명확하고 단호한 고백에 긴은 당황하지만 나루미는 흔들림없이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다시 고백하겠다"며 자리를 뜬다. 그 후 그들은 집에 돌아가지만 그리 편한 곳이 되지 못한다. 어느 날 긴의 집에 방문한 아버지의 동창과 아버지의 수상한 만남은 곧 아버지의 커밍아웃으로 이어지고, 매춘부인 어머니에게 계속 폭력을 당해왔던 나루미는 이제 공부는 그만두고 술집에 나가라는 폭언을 듣는다. 결국 긴과 나루미는 함께 도쿄로 도망가보지만 그 곳에도 편히 쉴 장소는 없다.

가장 불안정한 나이라고 할 수 있는 열다섯 청춘들의 표류기를 담은 `열다섯의 순수`는 다소 충격적인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영화는 담담하고 감정을 억누른 채 표현된다. 하지만 때때로 갈피없이 흔들려 버리는 카메라와 갑작스럽게 삽입되는 드럼 음악은 고요한 듯 보이지만 문득 보았을 때 저만치 달음박질해버리는 아이들의 모습과도 닮은 듯하다. 어쩌면 인물조차 잊고 있는 듯 흔들리는 모습이나 급작스럽게 등장하는 클로즈업, 그리고 전체적으로 다소 성긴 듯한 연출에 부족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가끔씩은 이렇게 거친 질감을 가진 영화가 주는 미덕에 한숨을 돌리곤 한다.

영화라는 것이 할 수 있는 시도나 실험이 더 이상 없다는 불안감에서, 매끄럽게 잘 만들어진 영화만이 스크린에 올라갈 수 있다는 절망감에서 흔히들 말하곤 하는 `어설픈 영화`라는 것에게 때때로 구원을 받는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을 고하듯 영화의 제목이 뜨고 나서도 계속되는 아이들의 이야기, 이미지와 사운드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감독이 야심차게 내세운 어쩌면 멋부린 듯한 연출이지만 어쩐지 소년과 소녀는 살아갈 것이고 사랑할 것이라는 예감을 갖게 한다. 그것이 남들과 같은 방식은 아니어도 말이다. 장승미 대전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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