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책꽂이]

◇하지만…(안느 방탈 지음·유경화 그림·이정주 옮김)=주인공 발랑탱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과 다를 것이 없다. 호기심이 많고, 어른들이 정해준 규칙을 지키는 듯하지만 어느새 탱탱볼처럼 저만치 튀어나가는 여느 아이들과 같다. 이 책은 독자들이 중립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처음부터 주인공이 어떤 아이인지, 장애를 가졌는지 밝히지 않는다. 작가는 그저 한 발 한 발 주인공과 함께 걸으며 외톨이인 자폐아가 혼자 세상에 나가 겪는 하루 동안의 경험과 생각, 혼란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사회의 반응을 세세하고 실제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를 통해 작가는 장애아들도 우리와 다를 것이 없다고, 편견 없이 바라보자는 메시지를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전하고 있다. 이마주·76쪽

조금 달라도 마음 열고 소통하면 이해

◇잠자는 아이(박선희 지음)=이 책은 기면증을 앓아 온 작가의 어린 시절을 삐뚤삐뚤한 색연필 그림으로 담아낸 그림책이다. 읽고 싶은 책의 다음 장을 보지 못하고 언제나 `툭` 잠에 빠져 버린 지은이의 어린 시절 일화를 담백한 색연필 그림에 담아낸 솔직하고 따뜻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잠자는 아이의 입을 빌려 "누군가가 조금 튀거나 달라 보이는 건, 바로 그 순간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세상`이란 무대 위 조명이 그 누군가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씨드북·40쪽

각양각색 사람들 모여 만든 행복한 집

◇모두를 위한 단풍나무 집(임정은 글·문종훈 그림)=십여 년 전, 서울 용산구의 해방촌에 `빈집`이라는 공유 주택이 만들어진 과정에서 영감을 얻어 이 책이 기획됐다. 그 뒤 `민달팽이 유니온`, `우리 동네 사람들`, `소행주` 등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시도를 해 나가는 모습과 이런 시도들이 오늘날 청년 대상의 주택 정책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에 주목했다. 저자는 여러 공유 주택을 직접 취재하면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자세를 배우고 함께 고민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재산으로서의 집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서의 집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 윰윰의 집 고치는 재주, 도군의 요리 실력, 먹물의 꼼꼼한 성격 등이 어우러져 단풍나무집을 신나고 행복하게 만드는 모습은 함께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진짜 재산은 돈이 아니라 각자가 가진 재주와 성격, 노력 들임 증명한다. 창비·44쪽

느린 걸음 맞추니 사랑·추억 차곡차곡

◇할머니와 걷는 길(박보람 글·윤정미 그림)=이 책은 할머니와의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할머니의 느린 걸음을 이해하고, 할머니의 사랑을 깨닫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됐다. 몸이 무겁지만 손녀를 위해 무엇이라도 하나 더 해 주고 싶어 하는 할머니의 모습, 그 가운데 어서 빨리 놀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막상 할머니의 손을 꼭 붙들고 걸음을 맞춰 걷는 아이의 모습은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운다. 이 책을 통해 서로를 끔찍하게 사랑하며, 이해하려 노력하는 따듯한 마음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노란상상·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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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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