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건축감리 의뢰를 받은 건축물 있었다. 감리를 할 신축 건축물이 들어설 지역은 신도시로 개발된지 약 30여년 다 되가는 신도시로서 대전의 행정, 경제, 생활의 중심으로 여전히 북적이는 번화가이며 중의 하나이다. 대지에는 기존의 건물이 있었고 기존 건물을 철거 후 신축 건물을 짓는 것이다. 그 지역의 역사가 짧기에 철거할 기존 건물의 수령 역시 이제 겨우 3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사람으로 치면 청년기를 채 보내기 전에 수명을 다해 철거하는 것이다. 30년도 안된 건물을 왜 철거하고 다시 짓는 것일까? 그 상황이 낯설어 다소 의아하였다. 감리업무를 위해 대지를 방문하였을 때 그 주변의 상황은 더욱 당황스러웠다. 오랜만에 찾는 지역이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건축공사가 곳곳에서 새롭게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이미 낡은 건물들 자리에 새로운 건물들이 완공되어 자리잡고 있었다. 기존의 건물들이 아직은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를 건축주와 미팅을 통해 잠깐 들어보았다. 다른 지역의 새롭게 조성된 택지들의 땅값은 너무 비싸서 집장사들이 다가구등을 지어서 팔기에는 사업수지분석이 나오지않고, 그나마 땅값이 아직 많이 오르지 않은 구도심 신도심의 사업성이 떨어지는 낡은 소규모 다가구나 상가건물들을 적당한 가격에 매입하여 철거 후 다시 짓는 다는 것이다. 물론 지역지구가바뀌지 않았으니 건물의 용도는 기존의 건물과 크게 바뀌는 것이없으며 건물의 구조적 수명도 문제가 없으나, 끊임없이 새건물을지어서 사고 팔아야 하는 부동산업자와 집장사들의 사업적 연결고리가 만들어내는 진풍경인 것이다.

지구의 환경을 지키기 위한 생태건축의 많은 개념들 중에는 백년구택(百年久宅) 이라는 개념이 있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많은 자연환경의 훼손과 자원이 소모되고, 집을 철거할 때에도 많은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이 발생하기에, 인간의 정주를 위하여 필요한 집을 짓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집의 용도와 구조 및 재료의 수명을 백년이상 유지 및 지속가능게 함으로서 지구의 환경을 개선 및 지속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30년 정도 된 건물은 새건물에 비해 낡았다. 속도위주의개발에 몸부림 쳤던 8~90년대의 건축공사 여건에서도 구조적으로 최소한 50년 이상은 문제가 없을 정도의 기술력과 양심의 건물이었을 것이다. 지역이 가지고 있는 용도와 특색도 크게 변하지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은 여전히 재테크와 부동산의 가치로 여기는 경제적 논리에 의해 도시는 움직이고 있다. 배움은

많아졌지만 의식은 여전한 것이다. 어쩌면 30여년전 그러한 가치와 논리로 지어진 건물과 도시였기에 그 지속가능한 수명이 30년을 넘지 못함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고, 미래의 이 도시의 모습 또한 30년을 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의학과 영양이 발달하여 인간은 백세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건축기술의 발전과 경제력은 높아졌지만 오늘의 이 도시는 여전히 30년 시대를 살고 있다. 이상우 건축사무소 에녹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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