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살 감수성이 한창 꽃피울 때 가정형편으로 부모님과 헤어져 대전으로 오게 됐다. 지금은 인생 한 켠의 추억과 재산이 된 그 긴긴 이야기가 그때는 어찌나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던지 외로움과 고독함을 달랠 길이 없었다. 열일곱, 어느 날. 성당에서 합창단활동을 하고 계시던 어색하고 낯설었던 큰어머니께서 클라리넷 연주회 티켓이 남는다며 공연장으로 같이 가자던 그 말씀이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너에게 관심이 있다. 그래도 우린 가족이다"라고 들렸다. 클라리넷 선율이 들리던 그 순간, 그간 쌓였던 가족에 대한 설움이 어루만져지는 그런 날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감옥에 갇힌 죄수들에게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중 한 곡이 흘러나오자 자유함을 주었던 것처럼 음악에는 아름다운 힘이 있다.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존재가 누구인지를 예술이 풀어내는 과정을 통해 얼마나 신비롭고 복잡한 존재인가 깨달아가는 것에서 담론은 시작되고, 잠재적 청중들을 끌어안을 준비를 하고 있는 수많은 장르의 공연자들이 끝없는 고민과 연습을 통한 공연으로 이렇게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다양한 삶의 모습을 가진 잠재되어있던 관객을 만나는 공연자 역시 시대감각을 더욱 체감하게 되면서 함께 성장해 나아갈 수 있다. 푸르른 5월.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예술적 가치라는 도구로 어색했던 가족,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공연장으로 찾아가 다양한 감정을 녹여내고 서로를 향해 다듬어진다면, 잠재되어 있던 상상도 못했던 이야기들이 얼마나 깊은 인생의 향기를 담아낼지 궁금해진다. 김지선 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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