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전환기에 하늘을 바꾸는 바람은 추억을 안고 불어온다.

일 년여가 지난 지금, 선거라는 단어로 아침을 열고 투표라는 단어로 하루를 마감하던 작년 봄의 데자뷰 같다. 겨우내 실력을 뽐내던 동장군에게 휴식을 알리는 봄바람이 불어오던 작년 이맘때 대한민국은 직선으로 날지 못하는 나비의 갈팡질팡한 날갯짓 같았다. 낯선 울림으로 구성된 장미대선이란 별칭의 대통령 궐위선거로 이 아슬아슬한 비행을 안정시키려 안간힘을 쓰며 민주주의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새삼 재정비하는 계기가 되었다. 참된 민주주의로 거듭나기 위한 호된 성장 통을 겪어야 했지만, 심해어의 시력처럼 퇴화되어가던 정치에 관한 관심이 위기감으로 인해 다시 재 진화하는 반가운 반전도 있었다.

4300만의 유권자는 "국민의 권리" 라는 한 장의 비행기 표를 꼭 쥐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상으로 그리는 세상에 한 발짝이라도 가까이 다가갈 행선경로를 예정하고 있는 비행선을 고르느라 고심의 고심을 거듭 했으리라. 오늘도 그렇게 선택한 희망항공을 타고 모든 국민이 같은 하늘을 날고 있다.

그리고 곧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라는 환승역에 도착한다.

환승역 역사에는 여러 대의 열차가 지금이라도 달려 나갈 채비가 되어있다며 줄지어 서있다. 각 열차마다 자신의 소개와 피력을 담은 홍보활동이 대단하다. 우리의 가려운 곳만 긁어줄 묘책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갖게 되는 문구라든지, 마치 이 열차만 타면 단번에 `유토피아`역에 데려다 줄 것 같은 문구의 슬로건이 전쟁터의 화살부대가 쏘아올린 화살촉처럼 여기저기 꽂혀있다.

선택의 기준은 개개인 마다 다르지만 환승열차의 티켓을 끊고 일단 탑승하고 나면 그 여정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지루하고 괴로운 길이 된다고 해도 피하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감내하며 다음 환승역에 도착할 때까지 달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만큼 각 열차들의 노선을 꼼꼼히 살펴보는 일을 귀찮아하지 말자. 최고의 선택을 위해서 유권자도 최선의 노력을 해야만 한다. 우회하지 않고, 탈선하지 않으며 안전하게 똑바로 목적지를 향하는 열차를 잘 골라 탄다면 몸도 마음도 편히 꽃길만 달리는 여정을 즐길 수 있다.

많은 열차 중에 어떤 열차를 달리게 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최다수의 사람들이 표를 끊어준 열차가 경적을 울리며 힘차게 달려 나갈 것이다. 어떤 열차의 표를 끊고 환승할 것인지의 결정권은 나에게 주어진 `권리`이다. 그리고 열차의 표를 끊을 때 그 열차를 타고 다음 환승역까지 달려야만 하는 `의무`도 같이 시작된다.

13세기 작가 단테의 명언을 떠올리며 마무리를 해보고자 한다. "기권은 중립이 아니다. 암묵적 동조다". 과정에 참여하고 결과를 논하자. 김정아 예산군 일반유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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