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노천명은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노래했다. 또한 가정에 관한 기념일이 많아 우리는 `가정의 달`이라고 부른다.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 날(8일), 입양의 날(11일), 스승의 날(15일), 부부의 날과 성년의 날(21일)이 있다.

때로는 지출이 많아 지갑이 가벼워진다며 엄살도 부리지만, 그 지출이 가치로 환산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가족을 위해 쉬지 않고 달려오신 든든한 아버지, 그 길을 함께 걸어오신 어머니. 5월은 그 분들이 한없이 그립고 고마움으로 다가오는 달이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집집마다 아이들이 네 다섯씩 되다보니 왁자지껄하게 동네를 뛰어다니던 아이들 소리가 떠나갈 날이 없었다. 행여나 마을에 잔치라도 있는 날이면 온 동네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음식을 장만하고 웃고 즐기면서 정을 나누는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그런 정겨운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가정마다 아이들은 하나 둘 뿐이고, 경제적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결혼을 미루는 젊은이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둘도 많다`고 펼쳤던 출산제한 정책이 불과 30여 년 전인데, 정이 넘치고 북적이던 그 모습들은 그저 옛 이야기가 되었다.

산업화, 도시화라는 시대 흐름을 거치면서 가족 구성이 핵가족화 되었고,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2017년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저출산은, 갖가지 사회 문제를 야기하면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사회의 시작점은 가정이다. 가정은 남녀가 만나 부부의 연을 맺으면서부터 시작된다. 아이가 생기면 가정의 울타리는 점점 넓어지고, 아이 또한 부모 밑에서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해 간다. 과거에는 삼대가 한 집에 함께 생활했기에, 어렸을 때부터 세대 간, 가족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었다. 부모를 공경하고 형제가 우애 있게 지냄은 물론, 사람을 대하는 이치도 가정에서 배웠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관심은 부모가 아닌 아이가 됐고, 예전의 부모봉양이라는 미덕의 가치는 점점 퇴색되어 가고 있다. 한 아버지는 열 아들을 기를 수 있지만, 열 아들은 한 아버지를 모시기 어렵다는 말이 실감나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 같으면 가정 내에서 해결되었던 문제들을, 이제는 정부가 발벗고 나서서 해결하고 있으나 갈수록 노인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OECD회원국 중,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 1위, 노인자살률 1위 등과 같은 불명예의 통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가족과 단절된 채 홀로 지내다가 발생하는 노인의 고독사 문제나 치매부모를 부양하다가 안타까운 선택을 하게 된 사연 등은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중앙정부 못지 않게 우리 시 또한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65세 이상 홀로 사는 어르신에게 전화나 방문을 통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독거노인 가정에 4000여 대의 `응급안전 댁내장치`를 설치해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또 어르신들의 안정적인 노후생활과 사회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1만 4000여 개의 노인일자리 창출과 대전형 시장일자리사업에 390여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10여 년전, 92세의 연로하신 아버지가 금강산을 보고 싶다는 소원을 이뤄드리기 위해 아버지를 지게에 모시고 금강산을 오른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준 일이 있었다. 공자의 사상을 담은 논어 위정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요즘은 단지 부모님을 부양만 할뿐 공경하는 마음이 없으니, 이는 개와 말을 기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바로, 견마지양(犬馬之養)의 사자성어이다.

예나 지금이나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를 진정으로 공경하는 것이 진정한 `효`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뒷 모습을 보고 자란다. 오는 어버이날을 맞아 `견마지양`의 뜻을 되새겨보면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어떨까? 우리가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가까이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속에 있다. 부모님이 그렇다. 당연한 것이 아닌 내게 제일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전하는 5월이 됐으면 한다. 당신이 나의 아빠여서, 당신이 나의 엄마여서, 참 고맙다고... 김동선 대전시 보건복지여성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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