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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수의 음악산책] 20세기 예술과 건전가요

2018-05-03기사 편집 2018-05-03 18: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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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그 시대의 경제와 사회의 전반적인 흐름에 의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절제, 균형, 대칭이 최고의 미적 기준이었던 고전시대와 그런 따분한 조건들로부터 자유로운 표현을 추구했던 낭만시대, 그리고 세계 제 1차 대전과 제 2차 대전을 치룬 후의 20세기의 예술의 가치와 철학은 확연히 달랐다. 프로이드나 융, 니체와 같은 인물들의 등장과 함께 엄청나게 발전한 철학과 심리학, 두 차례의 세계 대전으로 처참히 무너진 개인의 이상과 꿈 그리고 희망, 무엇보다 산업화로 인한 급격한 생활의 변화로 '한 시대의 거울'인 예술은 표면적인 아름다움과 감동보다는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육체와 영혼을 어루만져 줄 수 있고 다시 삶을 일으킬 수 있는 깨달음과 지식을 추구하게 된다. 나 개인 뿐 아니라 사회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으로 정치적이고 사회 참여적인 예술이 예술 표현의 방향이자 중심이 된다.

사회의 어둡고 암울한 면들을 그로테스크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예술은 어두운 무지의 세계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는 교육, 지식 그리고 깨달음이다.

어린 아이들에게 알파벳을 익히고 윤리적 이슈들을 재미있게 다루는 '세사미 스트리트'는 미국의 1970년대에 글을 깨우치지 못해 학교생활과 학습에 흥미를 잃은 흑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교육과 상업의 목적을 동시에 달성한 대중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송창식의 노래 '가나다라'의 가사를 살펴보면 가나다라마바사, 태정태세문단세, 나무아미타불 등의, 서로 연관성은 없지만 매우 교육적으로 다양한 정보를 다루고 있다. 이 또한 한국어 발음이 서툴렀던 재일교포 3세들의 한국어 교육을 위해 만든, 한국적인 대중가요이다. 20세기 예술 작품답게 연관성은 없어도, 연속적으로 나열된 가사는 환상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닌, 이미 알려진 지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또 다른 예로 들 수 있는 정광태의 '독도는 우리 땅'은 지리적인 사실 뿐만 아니라 독도가 대한민국의 땅임을 다짐하고 호소하는, 대중을 일깨우기 위한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신중현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름다운 강산' 역시 제 3공화국 당시 권력자를 찬양하는 노래를 만들라는 압력을 거절하며 권력자 대신 아름다운 우리 대한민국을 찬양하는 노래는 만들 수 있다는 의지의 산물이다. 특정인이 아닌 우리 민족 전체에게 바치는 그런 의미가 담겨있는 역작인 것이다. 1980년대 초에 유행했던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 또한 대한민국을 선전하는(권력에 이용당하기도 했다는 면에서 선동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강한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라는 사회적 인식을 목표로 한 대중 '건전 가요'이다.

이처럼, 사회, 문화, 예술의 중심이었던 신이 모든 작품들의 주제였던 바로크시대를 거쳐 자연을 주제로 한 풍경화가 대세를 이루었던 19세기를 지나, 전쟁 이후 사회 체제의 변화와 정신세계의 연구와 심리학의 발전 등으로 인한 생활양식과 인식의 변화가 낳은 예술은 풍자적이면서도 인간 사회를 어두움에서 빛으로 나올 수 있게 하는 사회적 인식과 관심을 가진 예술이 되었다.

<조윤수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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