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남북정상회담으로 국민적인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남북이 분단 70년 만에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회담내용도 일단 성공적이란 평가다.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와 연내 종전 선언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이산가족 상봉 등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도 포함됐다.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도보다리 밀담과 단독회담 등 형식 또한 파격적이었다. TV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두 정상이 이른바 `판문점 선언`에 서명까지 했다.

남북정상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세 번째이긴 하지만 북 정상이 남쪽으로 내려온 건 처음이다. 세계의 이목이 회담장인 평화의집에 쏠린 이유이기도 하다. 내외신 언론인 3000여 명이 취재경쟁을 벌였다. 국민들도 온 종일 TV앞에서 회담을 지켜봤다. 북에 가족을 두고 내려온 실향민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회담 만찬 메뉴인 평양냉면을 먹기 위해 냉면집마다 긴 대기 행렬이 이어졌을 정도다. 인터넷과 모바일엔 남북정상회담 패러디가 봇물을 이뤘다. 이 모두가 남북회담에 대한 관심과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들과 정치권 반응도 좋은 편이다. 물론 일부 야당의 깎아내리기 비판이 없는 건 아니다. 정부도 성공적인 회담이라 자평하고 있다. `노벨평화상` 얘기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업 되어 있다. 하지만 기대는 갖되 지나친 환상은 금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문제가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과 기대가 높아진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당장 통일이라도 된 것 같은 착각을 해선 안 된다. 판문점 선언의 성과를 폄하하자는 게 결코 아니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시작하는 법이다. 첫 술에 배가 부르지 않듯이 자주 만나야 얽힌 실타래도 풀 수가 있다.

남북정상이 손잡았다고 문제가 당장 해결되는 건 아니다. 좀 더 지켜보고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핵실험 중단과 핵실험장 폐쇄는 결과가 말을 해주는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문 대통령 평양방문 등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현재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판문점 선언에 대해선 남북이 착실히 이행할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경제협력과 인적교류 등 상당수는 `비핵화`가 선결돼야 가능하다. 이달 중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의 결과가 그만큼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기대를 버려서도 안 되지만 현실은 현실대로 직시하는 것도 일을 성공으로 이끄는 요인이 된다.

미 행정부가 생각하는 남북정상회담도 `성공적`이다. 남북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언급을 했다. 워싱턴 유세 집회에선 "극적인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밝힐 정도다. 북한이 핵실험장 폐쇄를 대외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듯하다. 북미정상회담 일정도 앞당겨졌고 트럼프는 개최 후보지로 판문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일이 잘 해결되면 제3국이 아닌 그곳에서 하는 게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대목이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일련의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그렇다고 결과까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만만치 않은 의제가 놓여있는 탓이다. 백악관도 이번엔 당하기만 했던 역대 행정부와는 다르다는 것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회담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 위원장이 어떤 보따리를 내놓을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해야 판문점 선언도 빛을 발하고 남북관계도 발전할 수 있다. 결국 북미정상회담이 고비인 셈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