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세 번째이긴 하지만 북 정상이 남쪽으로 내려온 건 처음이다. 세계의 이목이 회담장인 평화의집에 쏠린 이유이기도 하다. 내외신 언론인 3000여 명이 취재경쟁을 벌였다. 국민들도 온 종일 TV앞에서 회담을 지켜봤다. 북에 가족을 두고 내려온 실향민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회담 만찬 메뉴인 평양냉면을 먹기 위해 냉면집마다 긴 대기 행렬이 이어졌을 정도다. 인터넷과 모바일엔 남북정상회담 패러디가 봇물을 이뤘다. 이 모두가 남북회담에 대한 관심과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들과 정치권 반응도 좋은 편이다. 물론 일부 야당의 깎아내리기 비판이 없는 건 아니다. 정부도 성공적인 회담이라 자평하고 있다. `노벨평화상` 얘기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업 되어 있다. 하지만 기대는 갖되 지나친 환상은 금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문제가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과 기대가 높아진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당장 통일이라도 된 것 같은 착각을 해선 안 된다. 판문점 선언의 성과를 폄하하자는 게 결코 아니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시작하는 법이다. 첫 술에 배가 부르지 않듯이 자주 만나야 얽힌 실타래도 풀 수가 있다.
남북정상이 손잡았다고 문제가 당장 해결되는 건 아니다. 좀 더 지켜보고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핵실험 중단과 핵실험장 폐쇄는 결과가 말을 해주는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문 대통령 평양방문 등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현재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판문점 선언에 대해선 남북이 착실히 이행할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경제협력과 인적교류 등 상당수는 `비핵화`가 선결돼야 가능하다. 이달 중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의 결과가 그만큼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기대를 버려서도 안 되지만 현실은 현실대로 직시하는 것도 일을 성공으로 이끄는 요인이 된다.
미 행정부가 생각하는 남북정상회담도 `성공적`이다. 남북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언급을 했다. 워싱턴 유세 집회에선 "극적인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밝힐 정도다. 북한이 핵실험장 폐쇄를 대외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듯하다. 북미정상회담 일정도 앞당겨졌고 트럼프는 개최 후보지로 판문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일이 잘 해결되면 제3국이 아닌 그곳에서 하는 게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대목이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일련의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그렇다고 결과까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만만치 않은 의제가 놓여있는 탓이다. 백악관도 이번엔 당하기만 했던 역대 행정부와는 다르다는 것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회담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 위원장이 어떤 보따리를 내놓을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해야 판문점 선언도 빛을 발하고 남북관계도 발전할 수 있다. 결국 북미정상회담이 고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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