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 속의 올챙이

술 잔 속의 올챙이
술 잔 속의 올챙이
"내 기억의 처음은 만취한 아버지가 부엌칼을 방바닥에 내리 꽂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1980-1990년대 인기 만화가였던 박원빈씨가 자신의 알코올 중독 체험을 바탕으로 그려낸 이색만화책이다. 극한상황까지 갔던 중독상태에서 벗어나 18년째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그는 어렵게 얻은 제 2의 인생을 알코올중독 예방에 쓰고 있다.

알코올은 1군 발암물질이며 대사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세트 알데하이드는 2군 발암물질인 백해무익한 물질이다. 그렇기에 선진국의 음주를 대하는 태도는 우리와는 달리 매우 엄격하여 가정이나 사회에 끼치는 해악의 정도는 크게 낮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음주문화는 무슨 까닭으로 이렇게 저급하며 자해적인가.

책은 알코올 중독 없는 사회를 꿈꾸는 작가의 염원이 담겨 있다. 중독자 가정에서 태어나 중독이 대물림 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려냄으로써 경각심을 고조시키고, 중독에서 벗어나기의 어려움과 그 극복방법도 상세하게 알려준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돼 있다. 제1장 `술, 그리고 그 끝없는 파멸….`에서는 자신의 성장기를 비롯한 개인적인 체험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4남매가 아들은 알코올 중독자로 딸들은 알코올 중독자의 아내로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2장은 음주와 알코올 중독에 관해 음주자들이 외면하고 싶어하는 진실을, 3장은 단주, 4장은 단주하는 법과 이후의 관리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와 함께 알코올 중독 치료전문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인 중독자들이 쓴 편지 스무통을 육필 그대로 수록했다.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모습을 통해 단주의 어려움을 절감하기도 하지만 절실한 마음을 통해 희망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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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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