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남북정상회담 장면은 TV를 통해 생중계 됐고, 이를 본 많은 국민들이 가슴 뭉클해 했을 것이다. 세계 유일하게 남은 휴전상태인 나라의 수장들이 만나 서로 악수를 하고 판문점선언을 통해 비핵화에 동의한 것은 휴전을 끝내고 전쟁을 종식하자는 뜻을 밝힌 것으로, 우리나라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환호하는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이었다. 이어 앞으로 진행될 북미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다.

초기경전 아함경 가운데 샤카족과 꼴리야족 간의 물싸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오랜 가뭄 속에 서로 경계한 지역의 강물이 마르자, 두 부족 간의 싸움이 일게 된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 하시기를 "왕이여, 친족 간에 왜 싸우는 것입니까" "저들이 우리를 개돼지라고 모욕했습니다" "대추나무에 둥지를 튼 문둥이라고 한 건 당신들이지요" 높아지는 언성을 가로막으며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왜 그런 말을 하게 된 겁니까" 이유를 알지 못하는 그들을 물어물어 가던 부처님은 싸움의 발단이 논에서 물을 대던 농부들에게서 시작되었음을 알았다.

부처님은 위엄이 가득한 목소리로 왕족들에게 물으셨다. "이 강물과 사람 중에 어느 쪽이 더 소중합니까" "물보다 사람이 훨씬 소중합니다" "그런데도 물을 위해 소중한 사람의 목숨을 버리겠단 말입니까. 말라버린 로히니강 바닥을 피로 채우겠단 말입니까"

샤카와 꼴리야 왕족들이 머리를 숙였다. 부처님은 목소리를 낮추시고는 사람들을 가까이 불러 모으셨다. 칼과 창을 던지고 몰려든 군사들에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친족들은 서로 화목해야 합니다. 친족이 화목하면 어떤 적들의 침략도 막아낼 수 있습니다. 저 히말라야의 숲을 보십시오. 거센 태풍이 불어도 저 숲은 온전합니다. 수많은 나무와 잡초, 덤불과 바위가 서로 뒤엉켜 의지한 저 숲은 무엇 하나 다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넓은 들판에 홀로 선 나무를 보십시오. 굵은 가지와 무성한 잎을 자랑하지만 태풍이 휩쓸고 가면 뿌리 채 뽑힙니다. 감정이 없는 풀과 나무도 함께 어울려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아는데 하물며 사람이겠습니까. 두 부족의 여러분에게 말하겠습니다. 부디 싸우지 말고 한마음이 되십시오. 하나가 되어 화목할 때 여러분은 행복할 수 있습니다. 서로 미워하면 결국 파괴와 상처만 남습니다. 이제 평화를 배워야 합니다. 모든 성자들이 찬탄하는 것입니다. 평화와 정의를 사랑하는 부족만이 번영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남북이 서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볼 때, 부처님의 이 말씀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깊이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겨 수많은 약탈과 희생을 강요당하며 나라 잃은 아픔을 뼈저리게 느끼고서도, 이념과 사상의 대립으로 같은 민족끼리 총칼을 겨누며 살아온 세월이 벌써 반세기를 넘었다.

절에서는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시불공을 올리며 `국태민안 국민화합 남북평화통일속성취(國泰民安 國民和合 南北平和統一速成就)`라고 전국 수많은 스님과 불자 분들이 축원을 하고 있다. 통일은 원래 하나였던 우리 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민족 문화의 계승 및 발전을 위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인도주의적 입장에서도 꼭 필요하다. 통일은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분단 상태가 아니라면, 더 많은 돈을 경제 개발, 교육, 저소득층 지원 등에 사용할 수 있고 이로써 삶의 질은 높아질 것이다. 아울러 북한의 지하자원과 노동력, 남한의 풍부한 자본과 기술 등을 결합하여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통일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요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 있다. 남북한이 통일된다면 전 세계에 전쟁을 멈추고 화해와 협력, 평화로 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일화(世界一化:세계는 한 송이 꽃이다)` 라는 말이 있듯이, 지구 공동체를 넘어 우주 공동체를 위한 첫 걸음이 민족평화통일에 있다는 생각을 자각하고, 전 국민이 함께 마음을 모아 평화통일을 이루어 내는 주인공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초록이 산야를 덮은 5월. 불기 2562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 전국 각지에서 봉행되는 연등축제에 종교를 떠나 남북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등불이 밝혀지기를 발원해 본다. 설문 용수사 주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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