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껏 들뜬 마음으로 새 제품을 구매했을 때 기분은 설렘과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이러한 설렘을 갖고 제품을 사용하기에 앞서 우리는 한 가지 난관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그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서 안경 너머로 눈을 한 껏 찌푸리고 무언가를 바라보는 노인들, 종이에 얼굴을 파묻을 기세로 가까이 다가가 쳐다보는 청년. 우리가 구매한 제품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그 안에 함께 동봉돼 있는 제품 사용설명서를 볼 때 흔히 나타내는 행동들이다.

제품사용설명서란 제품의 사용에 대한 설명이 기재돼 있는 문서다. 새 제품 구매 시 제품과 함께 동봉돼 있는 경우가 많으며 제품을 처음 사용하는 경우에 반드시 설명서를 꼼꼼히 읽고 사용법을 숙지한 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주의사항에는 제품의 오작동이나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한 내용이 기재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제품사용설명서는 가독성이 너무 낮거나, 전문적인 용어로 설명돼 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젊은 층에서는 시각화된 정보가 많은 인터넷 정보의 도움으로 제품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이 늘고 있지만, 인터넷이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는 그 조차도 버거운 일이 돼 버렸다. 제품 사용을 돕기 위한 설명서가 한 순간에 무용지물이 돼 버린 셈이다. 또한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닌 개개인의 사용방법을 보고 섣불리 따라했다가 제품을 망가뜨릴 수 있고, 무작정 기기를 작동했다가 발생하는 2차 피해도 나타난다. 전자기기의 경우 안전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위험성 또한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돼버린다.

제품사용설명서를 읽는 소비자들이 알고자 하는 정보는 그 제품에 대한 전문적인 용어가 아니다. 그 제품을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느냐 하는 방법이다. 설명서의 매뉴얼을 개발자의 입장이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남녀노소 함께 공유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용설명서가 나와야 할 것이다. 유덕순 대전YW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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