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미세 먼지로 인해 몹시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게 만들었던 대한민국의 4월. 금융시장 역시 대내외에서 들려오는 이슈들로 인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달려왔다.

밖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시리아 폭격이 있었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드디어 마(魔)의 3%를 넘으며 2월 초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의 충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또한 그 동안 `FANG`으로 불리는 미국의 거대 IT기업들이 글로벌 주식시장을 이끌었지만 페이스북은 개인 정보 유출로, 애플은 아이폰 판매량 부진 등으로 낙폭을 보이며 글로벌 증시 위험요인으로 작용했다.

안으로는 연초부터 강한 흐름으로 시장을 이끌었던 바이오 섹터 종목들이 때아닌 고평가(버블) 논란으로 하락·반전하는 흐름을 보이며 투자자들을 불안에 떨게 만드는 모습도 연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정치적 이슈를 맞이하게 됐다. 우리는 경제에 활력소로 작용할 이슈로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 우선 지난 20일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더불어 국가의 역량을 경제발전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물론 북한 리스크의 완전한 해소는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달려 있겠지만, 남북 정상회담 성공의 필요성은 양측이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 큰 틀의 합의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상상할 수 없었던 남북 화해무드를 경험하게 되면서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새 먹거리를 만나게 될 `건설` 업종이다. 이미 국내 건설사들은 6개 대형 건설사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 넘게 증가한 1조 10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주택시장의 호조와 해외 플랜트 적자 축소로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자산 대비 주가 비율을 의미하는 가치 지표인 PBR 역시 기준점인 1에 못 미치는 0.85배를 기록하며 저평가에 대한 메리트도 있다. 여기에 한동안 중단됐던 남북경제 협력사업 재개 가능성까지 겹쳐지면서 새로운 시장 주도주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우는 상황이다.

물론 현시점에서 남북 관계 개선이 어떠한 결과물을 가져올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북한 시장의 개방은 기대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의 창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그 규모가 매우 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하기 때문에 건설업계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북한의 고속도로 길이는 774㎞로 한국 대비 17% 정도 수준에 불과하고 노후화된 철도, 지하철, 항만 투자까지 더하면 인프라 투자 기회는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재 북한은 평양을 제외하면 대부분 소도시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경제 개발 목적으로 도시개발을 적극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시개발과 경제개발특구를 통한 경제성장은 중국 사회주의 모델에서 검증됐기 때문에 북한 역시 이러한 정책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또한 철강, 철도, 전선 기업도 주목해야 한다. 국토연구원이 한반도 개발협력 핵심과제로 선정한 11개 프로젝트를 보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서 이 프로젝트가 실제로 진행될 수 있을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서울-신의주 간 도로 및 철도 개보수 및 현대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한반도 서부측 인프라 회랑 프로젝트나 서울-원산-나선을 잇는 고속 교통망 건설사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한반도 동부측 인프라 회랑 프로젝트 등이 현실화될 경우 철강 수요가 증가하고 그동안 주춤했던 철도 및 전선 관련 기업들의 제품 판매가 증가하여 기업 이익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지정학적으로 주요 강대국에 둘러싸인 대한민국은 수출의 비중이 매우 높지만 값싼 `철도`라는 운송수단을 이용하지 못한 채 해상, 항공 운송으로만 이만큼 성장해왔다. 앞으로 남북화해 분위기가 정착된다면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고 북한이라는 신시장의 인프라 투자와 도시개발은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먹거리가 돼줄 것이라고 예상해본다. 따스해질 남북 분위기가 국내 경제에 온기로 전해지길 기대해본다.

이택렬 KB증권 대전지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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