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두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공식으로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는 물론 후보군에 대한 여론조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여론조사는 어느 후보가 얼마 만큼의 지지를 얻고 있는 지 보여준다. 이러한 정보는 여론의 흐름과 판세, 여론대비 본인의견의 위치를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 후보들은 타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기준하여 캠페인 전략을 세우기도 하고, 정당들도 민심을 파악하여 후보를 정하는 데 참고하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받는다. 이른바 `대세`라고 여겨지는 주류의견과 자신의 의견은 얼마나 거리가 있는지 알고 싶어 하고, 거리가 멀 때에는 막연히 불안해지기도 한다. 자신의 의견이 소수에 속하게 되면 고립에 대한 불안감으로 의견을 말하지 않고 침묵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침묵의 나선이론이다. 심지어 여론조사에서조차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지지율이 미미하면 말하지 않고 지지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후보를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선거에서 실제 투표결과가 여론조사결과와 다르게 나오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이론의 시사점은 그 영향에 있다. 비주류의견을 가진 개인들이 소수의견이 될 것이 두려워 말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결과로 소수이나마 그 의견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 의견이 되는 것이다. 침묵의 나선은 하향회전을 거듭하며 소수의견을 빨아들여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게 만들고 주류의견은 더욱 힘을 받게 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다양성이 줄게 되고 여론의 양극화와 같은 우려가 생길 수 있다. 선거에 특정해서 보자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낮게 나온다면 지지를 표현하지 않고, 이는 타 유권자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쳐 그 후보의 지지는 더욱 떨어지고 궁극적으로 선거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여론조사는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에게 기능을 한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발표되고 있는 여론조사들이 얼마나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가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2014년 3월부터 중앙 및 시·도별로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두고 일정 기준에 따라 여론조사기관들로 하여금 사전 신고하도록 하고 조사의 방법과 내용, 결과를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하도록 해 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하고 있다. 심의위원회에서는 오는 지방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들을 대상으로 자체 모니터링이 진행 중이다. 후보측으로부터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온 여론조사에 대해 심의를 요청하는 이의신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여론조사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지나치게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에 대해서는 아쉬움도 있다.

현재 대부분의 여론조사들은 후보들의 단순 지지율에 치중하고 있다. 지지율만 지나치게 강조됨으로써 침묵의 나선이론이 작용해 주류의견은 과장되고 소수의견 사장과 함께 비주류의견은 실제보다 축소될 여지가 커질 수 있다. 또 후보별 공약과 주요 이슈들에 대한 견지, 지역사회에 대한 비전, 정치인으로서 추구하고 행동해 온 일 등 직책과 관련된 객관적인 기준보다는 단순 인기와 이미지, 대세론에 기댄 캠페인 전략과 투표를 부추길 수 있다. 앞으로 선거여론조사는 후보자의 비전, 주요 이슈들에 대한 관점, 공약실천방법, 실제 능력과 역량 등에 대해 여론을 묻고 그것이 공론의 장에서 논의되고 평가되고 다시 환류를 거쳐 보다 정제될 수 있어야 한다.

참여와 숙의의 영역 모두에서 선거여론조사는 중요하다. 과거 단순 이미지와 인기에 기댄 선거와 정부들을 거치며 유권자들의 민주주의 역량은 성숙했다. 선거여론조사 역시 이러한 유권자들의 판단과 선택을 도울 수 있도록 성숙해야 할 때다. 전나진 한남대학교 린튼글로벌스쿨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