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남북정상회담`은 처음부터 파격의 연속이었다. 역사적인 남북 정상간 첫 만남이 더더욱 주목받은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첫 만남은 27일 오전 9시 29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이뤄졌다. 폭 50㎝의 경계석을 사이에 두고 10여 초간 악수를 나눈 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안내로 남측으로 넘어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파격은 이 때부터 시작됐다. 문 대통령이 "나는 언제쯤 북에 넘어갈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김 위원장은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고 깜짝 제안했고, 두 정상은 손을 맞잡고 경계석 너머 북쪽 땅을 밟았다. 10초간의 짧은 월북이었지만,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생방송을 통해 이 모습을 지켜보던 전 세계 기자들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정에 없던 두 정상의 돌발행동(?)은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는 이번 회담의 의미를 전하는 데 충분했다.

공식환영행사 이후 단체사진도 즉석에서 결정됐다. 의장대 사열을 마친 뒤 남북의 수행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에 왔다가 사열이 끝나고 돌아가야 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이 "그럼 가시기 전에 남북 공동 수행원 모두 기념으로 사진을 함께 찍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양 정상은 이내 수행원들과 함께 사열대 계단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오전 공식회담전 사전환담에서는 `평양냉면`이 분위기 전환의 촉매제가 됐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이라는 무겁고도 중한 의제를 다뤄야 할 공식회담을 위해 양 정상은 평화의집 2층 회담장에 앉았다. 문 대통령과 마주 앉은 김 위원장은 "오기 전에 보니까 오늘 저녁 만찬 메뉴가지고 얘기가 많더라.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지고 왔는데 대통령께서 편한 마음으로 평양냉면을 드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멀리 온…" 이라고 꺼냈다가 김여정 제1부부장을 바라보며 "아, 멀다고 말하면 안되갔구나"라고 말한 뒤 "어쨌든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장면은 양 정상이 단 한 명의 배석자도 없이 판문점 지역 내 `도보 다리`에서 30여 분간 대화를 나누던 모습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오전 회담을 마친 뒤, 각각 남북으로 돌아가 별도의 오찬을 했다. 오후 첫 일정인 공동기념식수를 위해 다시 남측으로 넘어온 김 위원장은 4시 15분쯤 문 대통령을 만나 소나무를 심은 뒤 도보다리를 향해 함께 걷기 시작했다. 당시는 양측 실무자들이 선언문을 만들고 점검하던 때였으며, 정상간 친교를 위해 마련된 산책 시간이었다. 두 정상은 다리 위에 마련된 테이블 앞 의자에 마주 앉았는데, 무려 30분 넘게 때로는 진지한 표정으로, 가벼운 미소를 머금으며 대화를 나눴다. 준비된 원고 없이, 누구의 간섭도 없이 두 정상이 보낸 이 시간을 실질적인 `정상회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만찬의 하이라이트는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의 동행이었다. 리 여사는 이날 오후 6시 15분 판문점을 찾았고 남북 정상 간 처음으로 부부 동반 환영 만찬이 성사됐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김 위원장과 리 여사는 만찬을 끝낸 뒤 환송행사에서 판문점 평화의집 전면을 스크린처럼 만들어 `하나의 봄`을 주제로 한 영상을 함께 감상했다. `하나의 봄`은 한반도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주고, 평화와 번영이 숨쉬는 내일을 꿈꾸는 내용을 담았다.판문점=공동취재단·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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