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에이리언`(1979년 작)보다 `에이리언2`(1986)가 먼저 상영되었다고 한다. 에이리언은 최근까지 속편이 제작돼 상영되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필자는 요즈음 `에이리언`시리즈를 다시 보고 있다. 그중에 최고는 여성의 영웅적인 면모와 남자로 대표되는 자본의 추악함을 보여주며 기존관념을 통렬하게 비판한 `에이리언2`가 아닐까 생각한다.

전편에서 에이리언의 공격에 모든 대원들은 희생당하고 리플리(시고니 위버)만 혼자 살아 지구로 돌아온다. 그러나 회사의 협박에 가까운 명령으로 리플리는 우주해병대와 함께 다시금 혹성을 찾아간다. 회사는 에이리언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막대한 개발이익을 포기하지 못하고 직원들을 사지로 보낸 것이다.

혹성에 도착한 리플리 일행은 거의 폐허가 된 우주기지를 수색한다. 우주해병대는 리플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에이리언과 무모한 대결을 벌이다 하나둘 처참하게 죽어가고, 그 와중에 그 혹성에서의 유일한 생존자 12살 소녀 `뉴트`를 구출하게 된다. 뉴트를 본 리플리는 한 순간에 지구에서 먼저 죽은 자기 딸을 생각하며 모성애를 느낀다. 그런 뉴트가 에이리언에게 잡혀가 그들의 숙주가 될 처지에 놓인다. 딸을 잃은 엄마의 심정으로 괴물들의 소굴로 뛰어드는 리플리는 그곳에서 에이리언의 엄마인 퀸과 숙명의 대결을 벌인다. 그러니까 영화는 종족 간 모성애에 대한 대결 구도를 보여 주고 있다. 그녀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모성애라는 영화의 메시지는 이기적인 현대인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회사는 돈벌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에이리언의 먹이감으로 던져주지만, 그 회사에서 만든 인조인간 비숍은 회사 사람들보다 더 인간적이다. 리플리가 에이리언 퀸과 싸울 때, 비숍은 위기의 순간마다 리플리를 도왔고 뉴트도 목숨을 구해 주었다. 그러나 에이리언보다 더 사악한 회사와 그 회사를 대표하는 버크, 영화는 자신만 살겠다고 문 잠그고 도망가다 결국 에이리언에게 죽는 추악하고 비겁한 버크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느 시인이 풀잎의 노동 없이 불임의 꽃이 피고 지고, 꽃 진 자리에 새싹이 나오는 그 4월을 잔인하다고 했을까. 노동의 대가없이 재벌의 대열에 속속 끼어드는 추악한 재벌 2·3세들을 보며 `에이리언`을 만든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에게 찬사를 보낸다. 박종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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