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되고 있다. 2007년 10월 이후 11년 만에 제 3차 남북정상회담이 최초로 남북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개최되는 이 역사적인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국내외 취재진 3000여 명이 몰렸다니 가히 이번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실감할 수 있다. 1·2차 정상회담도 개최 사실 자체만으로도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데 충분했다.

남북이 분단된 이후 남북 최고지도자가 평양에서 처음 만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두 차례의 회담을 통해 나름대로 의미 있는 합의도 이끌어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합의된 사항들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채 크고 작은 북한의 도발행위는 계속되었고 무엇보다도 핵 개발이 지속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 3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전 세계가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3차 정상회담에 나서면서 과거와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을 보여 주고 있다. 그것은 최초로 남북정상간 핫라인을 구축하고 비핵화 의지를 천명하면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화를 지속하는 기간 중에는 그 어떤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도 하지 않을 것과 핵무기 및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점이다. 그리고 남북 화해의 상징적 조치로 이미 남측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을 평양에 초청해 공연도 펼쳤다. 미국과의 대화에 합의했다는 점도 회담 성공의 기대감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과거와는 다른 이러한 북한의 태도에 많은 대북 전문가들은 한편으로는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면서도 동시에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구축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갔으면 하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1차 남북정상회담이 김대중 정부 출범 2년 3개월여 만에, 2차 정상회담이 노무현 정부 출범 4년 7개월여 만에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문재인 정부 정책 추진력이 비교적 강한 정권 초기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다는 점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후속조치에 따른 다각적인 남북교류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초로 남북 분단의 상징지역인 판문점에서 개최되는 점 또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판문점은 남북분단의 상징지역일 뿐만 아니라 정상회담에 수반되는 의전·경호 문제를 최소화하고 형식보다는 실무적 분위기 속에서 실질적 의제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 표명이다. 과거에도 핵개발을 중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지 않은 것을 아니다. 이 밖에도 북한은 회담성사를 조건으로 직·간접적으로 많은 대가를 바랬던 과거와는 다르게 이번 회담을 조건으로 뚜렷하게 요구한 것이 없다. 여기에 그렇게 민감하게 대해왔던 정례적인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예년수준으로 실시되는 것에 대해 이해한다는 이례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러한 몇 가지 특징을 볼 때 북한이 분명 과거와는 다른 태도로 나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북한이 지금까지 취해온 행태로 볼 때 지나친 낙관을 하는 것은 위험한 면도 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남북정상 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돼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함께 남북이 함께 새로운 미래를 펼쳐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한 마음 일 것이다.

필자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오늘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게 되면 남북 간의 긴장과 대치상태를 해소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산가족 만남의 기회가 상설화 되어 이산가족들의 고통을 해소해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해소되면서 국제사회의 투자가 늘어나게 되고 북방으로의 진출길이 열리는 등 남북이 동시에 경제 발전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남북분단의 고통을 극복하고 평화로운 통일을 향해 함께 달려 갈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세영 건양대학교 군사경찰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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