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 책꽂이]

△송정마을 그림책 우리마을이 좋아(김병하 글·그림)=일곱 살 때부터 밥 짓고, 나물 뜯고, 모시 삼고, 빨래하며 동생들을 키워내던 아이는 주름 가득한 얼굴로 마당 한 쪽에서 나물을 다듬는 어른이 됐다. 밥 먹으면 들에 가고 밥 먹으면 노에 갔고 누가 먹든 심고 가꾸는 것이 농부의 일이라 생각하며 산 그는 그렇게 정든 마을을 지키며 산다. 마을 초입에 서 있는 500년도 넘은 커다란 도토리나무와 은행나무 아래엔 오늘도 삼삼오오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어른들이 있다. 이 책은 충남 부여 송정마을을 배경으로 3년 반 만의 시간동안 마을 어른들의 이야기를 채록한 시리즈다. 이 책 시리즈는 할머니의 삶을 되돌아보는 형식으로 펼쳐낸 마을 이야기, 어린 시절을 함께 해 온 도깨비 이야기, 치열하게 일하고 놀고 배우던 공간인 야학당 이야기가 담겨있다. 한울림어린이·44쪽

가면 쓴 나는 어떤 곤충 일까요

△알아 맞혀 봐! 곤충가면 놀이(안은영 글·그림)= "곤충을 자세히 관찰한 적 있나요?" 이 책은 이런 의문에서 출발했다. 사람이 모두 다르게 생긴 것처럼 곤충 역시 각자 생김새가 다르고 특징이 분명하다. 작가는 오랜 시간동안 곤충을 관찰해 책을 펴냈다. 애벌레를 직접 키우고 변태 과정을 살펴보고 곤충 사진을 찍고, 곤충 사체를 수집하면서 오랜 시간 곤충 관찰에 집중해왔다. 책은 퀴즈 형식으로 구성돼있어 흥미롭게 새로운 지식을 얻게 한다. 12명의 아이들이 각기 다른 곤충 가면을 쓰고 그 곤충이 돼 퀴즈를 낸다. 곤충의 생김새며 살아가는 모습을 설명하면 어떤 곤충인 지 알아맞힐 수 있어 지루하지 않은 게 특징. 책을 다 읽은 뒤에는 직접 곤충 가면을 만들어쓰고 그 곤충이 되는 경험도 해볼 수 있다. 천개의바람·40쪽

곰은 무당벌레의 구세주가 돼줄까

△꽃을 선물할게(강경수 지음)= 어느 날 아침, 무당벌레가 거미줄에 걸렸다. 거미가 오기 전에 어떻게든 거미줄을 벗어나야 하는 무당벌레. 마침 커다란 곰이 그 앞을 지나간다. 곰은 무당벌레의 구세주가 되어줄까. 이 책은 거미줄에 걸린 무당벌레와 그 무당벌레를 구할지 말지 고민하는 곰의 대화로 이뤄진 이야기다. 먹이를 먹어야 하는 거미와 살아야 하는 무당벌레 그리고 그들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은 곰까지.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팽팽하다. 누구의 입장에서 읽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주제를 전한다. 무당벌레와 곰으로 인간의 다양한 속성을 드러내는 창작 우화이자 인간의 모순을 경쾌하게 그린 한 편의 희극. 제한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등장인물의 대화와 독백은 마치 3막으로 이뤄진 연극을 보는 것과 같은 독특한 인상을 준다. 창비·52쪽

시간에 관한 다양한 철학적 질문

△시간은 어디에 있는 걸까(사라 저코비 글·김경연 옮김)= 시간은 무엇일까, 시간은 어떤 모습일까, 시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시간은 어떻게 흐르는 것일까. 이 책은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품는 `시간`에 관한 다양한 시선과 철학적인 질문까지 모두 담아내고 있다. 해가 뜰 무렵 아이가 창 밖을 본다. 창 너머로는 마침 아침 햇살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이는 아침 식사를 하고 부모와 함께 짐을 꾸린다.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는 것이다. 기차와 자동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할아버지, 할머니 집이다. 온 가족은 그렇게 모여 숲으로 캠핑을 간다. 밤이 깊어지자 부모와 아이는 다시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다. 단순하고 평범한 줄거리지만 책을 열면 신비롭고 따뜻한 그림이 가득 펼쳐져 시선을 사로잡고, 담담한 듯 우아한 문체는 시간과 공간의 방대함과 일상의 친밀함을 동시에 포착한다. 창비·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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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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