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번주 금요일(4월 27일)이면 `2018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지난 평창올림픽 이후로 남북, 미북 관계에 놀라운 변화가 있어왔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도출될 결과들이 어떠한 것들이 될지 기대가 된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종전선언(終戰宣言)과 함께 평화협정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합의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된다면, 민족분단의 아픔을 씻을 뿐 아니라, 세계사적 냉전체제를 종식시킬 수 있는 시작을 알리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성급하게 `남북통일`을 이야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남북통일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남북통합`이다.

사회복지에서 중요한 이념 중 하나로, 사회통합(social integration)이라는 개념이 있다. 사회통합이란 사회적 분리의 반대 개념으로, 사회구성원들이 유기적으로 통합되게끔 하는 것이다. 가령, 사회복지에서는 "장애인이나 노인의 사회통합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통해 통합이 이루어진 사회를 이상적으로 그린다. 그런데, 우리는 "사회통합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는 경우는 있어도, "사회통일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사회통일`이라고 하면, 마치 사상과 이념이 하나밖에 없는 전체주의적 사회가 연상되어 섬뜩하기도 한다. 사회통합은 사람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성과 상황을 존중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노인과 비노인이 하나가 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인데 반해, 사회통일은 비장애인 중심으로, 혹은 비노인 중심으로 일방적인 사회 운영을 해나가고자 한다는 느낌이 든다.

남한과 북한의 통일에 대해서도, 우리는 통일과 통합이라는 단어의 차이를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통일은 완전히 하나가 된 상태를 의미한다. 즉, 1국가·1체제인 상태다. 만약, 내년에 남한과 북한이 정치적으로 완전히 하나인 국가로 통일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 혼란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국가의 사생활`이라는 소설은 남한이 북한을 흡수통일한 통일한국의 모습을 디스토피아로 그리고 있다. 겉으로 통일은 되어 있으나, 속으로는 사회통합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남측과 북측이 여전히 분단 상태인 통일한국의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진다.

나는 가끔 대학생들에게 통일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다. 청년들의 절반은 통일이 안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통일이 되면 너무 힘들어질 것 같다면서 말이다. 이것이 치기어린 대답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지금의 청년들은 남북관계를 이념적인 문제가 아닌, 현실적인 문제로 바라보기에 저러한 대답이 나오는 게 아닐까. 통일은 천천히 되어야 한다. 우선은 남한과 북한이 각자 경제사회 발전을 이루는 가운데, 남북 교류협력을 점진적으로 강화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격차를 좁히며 통합을 이루는 것이 먼저다. 교류협력이나 통합의 과정 없이, 단기간 내에 통일을 하겠다는 것은 도리어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다. 남북관계에 대한 단계적 접근은, 1972년 박정희 정부 때 나온 `7·4남북공동성명`으로부터,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를 거쳐 확립되고 지금까지 계승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공식 통일정책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정신과 내용이다.

사실 우리는 바람직한 통일에 대한 방안을 이미 가지고 있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단계적 통일을 이야기한다. 제1단계는 남북간 교류협력의 강화다. 제2단계는 남북연합이라는 1국가·2체제의 국가형태를 만드는 것이다. 제3단계는 1국가·1체제의 통일국가 완성이다. 지금은 제1단계인 남북교류협력을 시작하지도 못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교류협력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6·25라는 민족상잔의 아픔을 종식시키는 종전체제의 선포와 함께, 남한, 북한, 미국, 중국이 함께 평화협정을 체결해 세계사적 갈등과 대결이었던 냉전을 해체해야 한다. 이로써 우리는 앞으로 도래하게 될 아시아의 시대에, 전쟁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민족으로서 세계에 평화의 중요성을 알리고, 평화체제를 실천하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정지웅 배재대학교 복지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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