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기름지고 메마른 것이 반반이며, 기후가 차고 더운 것이 알맞다.`

`세종실록지리`에 기록된 충북 괴산(槐山 느티나무 산) 평이다.

괴산은 소설 임꺽정의 저자인 벽초 홍명희 선생과 이기붕 부통령의 고향으로 인삼, 사과, 고추, 옥수수 등 특산품이 많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오죽 좋았으면 청록파 박두진 시인이 이런 괴산을 두고 `산 좋고 물도 좋고 인심도 좋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을까.

풍요로운 땅과 후한 인심으로 대표되는 괴산이지만 지방자치 역사에선 흑역사로 기록될 모양이다.

민선 지방자치 부활이후 선출된 충북 괴산군수 4명이 줄줄이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오욕의 기록을 만들어냈다.

김환목 전 군수(민선 1-2기)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돼 낙마하더니 김문배 전 군수(민선 3-4기)는 뇌물수수 혐의로 퇴임 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아 군민들에게 상처를 안겼다.

민선 4-6기도 다르지 않았다. 임각수 전 괴산군수가 정치자금법 위반, 특가법상 뇌물수수, 농지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등으로 불법의 정점을 찍더니 민선 6기를 이어받은 나용찬 군수마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4일 군수직을 상실했다.

군수가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낙마할때마다 주민들의 상실감은 컸지만 공직사회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최근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는 대한항공 일가의 고함, 폭언 갑질 등이 일상화 돼 직원들로서는 새롭지 않았다는 말처럼 공직자들 역시 앞선 경험을 통해 직위상실이 전혀 새로울게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는것이다. 자치단체장의 잇따른 낙마는 일상이 돼서도, 인이 박혀서도 안될 일이다. 단체장의 부재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군민들에게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괴산군민들은 박두진 시인이 극찬했던 대로 `살기좋고 인심이 후했던` 과거 괴산을 그리워하고 있다.

`지역이 아닌 나라를 구하겠다`는 거창한 공약이나 `아니면 말고` 식의 누더기 공약에 이제 군민들은 더이상 속지 않는다. 후보들은 작고 소소하더라도 군민들이 원하는 정직한 공약을 내놓고, 유권자는 그 공약을 매의 눈으로 가려내야 한다. 그래야 민선 군수의 무덤이라는 오욕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 `임기를 마치는 군수`라는 공약까지 내걸게 해서야 되겠는가.

원세연 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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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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