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칼럼] 턱관절장애의 원인

진형철 대전임마누엘치과 원장.
진형철 대전임마누엘치과 원장.
십 여년 전 공주의 시골마을, 마을회관을 빌려 의료봉사를 하고 있었다. 예순 중반쯤 되는 아주머니가 왔는데, 불편한 곳이 많은 듯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한방검진에서부터 내과, 안과, 이비인후과를 들러 마지막으로 치과에 왔다고 했다. 또 오래전부터 두통이 있었는데 점점 심해져 귀까지 아프고 불면증까지 생겨 여러 병원을 다녔지만 소용이 없다고 하소연 했다. 치과에 왔을 땐 이미 지쳐서 이동식 의자에 편하게 눕게 한 뒤 천천히 문진과 촉진을 시작했다.

아주머니는 늘 양쪽 측두골쪽에 두통이 있고, 저녁이 되면 어금니가 아프다고 했다. 촉진 결과 턱 근육의 지속된 수축, 이 악물기가 원인인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문제는 다른 과에서와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증상의 호전이 주 치료가 되고, 재발이 필연적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측이 나를 힘들게 했다. 아마 한 시간쯤 대화를 해보니, 아주머니의 두통은 약 3년 전부터 시작됐다는 것을 알게 됐고, 시간을 거슬러 두통과 불면증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봤다.

아주머니는 `잉꼬는 쌍 중 하나가 죽으면 며칠 못가서 따라 죽는다던데…`라는 말을 시작으로 3년 전 갑작스레 남편을 떠나보낸 얘기를 들려 줬다. 살길이 막막해 남편 없는 세상을 매일매일 눈물로 보내며, 이를 악물고 살아야 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원인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생긴 이를 악무는 습관이 턱 관절 주위의 근육과 치아, 귀까지 아프게 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게 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이를 물고 있는지 모른다. 90 퍼센트 이상의 이 악물기 환자는 이갈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그런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원인을 모르니 제대로 치료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일반적인 턱 관절 장애 증상은 입을 벌리고 다물 때 불편감이나 동통, 턱 관절과 관자놀이 주위의 두통과, 목, 어깨 등의 근육통이다. 구강주위의 지각마비나 입맛이 변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기증, 얼굴이 부은 느낌, 귀의 충만감, 이명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턱 관절에서 소리가 나는 것이 초기 증상인 경우가 많지만, 그 증상만 가지고 턱 관절장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전체 인구의 30퍼센트 이상의 사람들이 턱 관절에서 소리나는 것을 경험한다.

턱 관절 장애 치료의 핵심은 원인을 알아내 제거하는 것이다. 이 악물기와 이갈이, 턱 괴기 등 잘못된 습관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된 충치나 잇몸병, 잘못된 치과 보철이나 너무 오래 사용하는 보철물, 부정교합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진형철 대전임마누엘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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