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칼럼] 입은 생명을 지키는 문

정길호 아낌없이주는나무한의원 원장.
정길호 아낌없이주는나무한의원 원장.
`부모가 남겨주신 사람의 귀한 몸은 음식 때문에 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의 풍조도 그렇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입맛대로 맛있는 음식을 지나치게 먹으니 질병이 벌떼처럼 일어나 병에 걸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주 미약하지만 입맛이 당기는 대로 지나치게 먹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갑자기 병이 생기게 된다. …산골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은 담박한 맛에 익숙하므로 움직임이 굼뜨지 않고 몸도 편안하다. 똑같은 기운과 몸을 타고 났으나 나에게만 유독 병이 많은 사실에서 실마리를 찾고 깨닫는다면 거울에 먼지가 걷혀서 맑아지는 것과 같이 몸도 그러할 것이다. 입은 병을 불러오고 그대의 덕을 해친다. 술병의 주둥이처럼 입을 막아 놓고 가려 먹으면 병이 낫게 되고 수명을 되찾을 것이다.` (동의보감 음식잠언)

왜 자신만 빨리 늙고 빨리 병드는가에 대해 동의보감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에서 나아가, 질병 없이 장수하는 방법으로 음식을 어떻게 자신의 체질과 맞게 먹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산골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병이 없다는 400여 년 전 동의보감의 구절이 사실임을 진료를 하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발생하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노화와 관련된 질환이 보릿고개를 거치며 먹는 것 때문에 고통을 받았던 70대 이상 세대보다 먹을 것이 여유로운 40-60대에게서 더 많다. 우리나라보다 먹을 것이 더 흔한 미국은 전 성인의 50%가 비만이며 이로 인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본인의 체질을 알고 체질에 따라 음식을 먹는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체질을 아는 것은 차후로 미루더라도 `술병을 막듯이 입을 지켜(守口如甁)` 가려 먹는 것은 지금 당장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수구여병(守口如甁)이라는 사자성어처럼, 입은 생각이 드러나는 문호일 뿐 아니라 생명을 지키고 수호하는 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몸에 좋은 가려서 먹을 수 있을까. 가장 단순하게 말하면 맛있는 것을 일부러 찾아 먹지 말라는 의미이다. 사람 입에 끌리는 음식은 달거나, 짜거나, 아니면 감칠맛이 있다. 감칠맛은 바로 육류를 먹을 때 드는 생각인 `감칠나다`라는 느낌을 글로 표현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 느낌 그대로 감칠맛이라고 이름을 지은 것이다. 흔히 입맛에 맞다, 맛있다 라고 하는 느낌은 설탕, 소금, 또는 육류를 적당히 섞어서 맛을 내거나 아니면 화학조미료를 써서 그러한 맛을 조절하는 것이다. 설탕의 단맛(甘味)과 소금의 짠맛(鹹味), 그리고 육류의 두터운 맛(膏粱厚味)은 기혈의 순환을 막아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담음어혈(痰飮瘀血)을 만들어 낸다. 의학적으로도 지나친 설탕은 당뇨병, 지나친 소금은 고혈압, 지나친 육류는 비만과 고지혈증을 부르며 이들 세 질병은 혈액의 순환을 막아서 우리 몸의 구석구석을 망가뜨리게 된다.

음식이 너무 흔한 시대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은 벼라는 생명체가 반 년 동안 생명력을 모아놓은 씨앗이고, 저녁 회식 때 소주한잔에 구워 먹는 삼겹살은 돼지의 몸이다. 다른 생명의 몸을 섭취해 내 몸을 유지해야만 하기에 음식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음식이 나의 몸의 일부가 돼 내 삶을 지속하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 질병에서는 멀어지고 건강에 가까워 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정길호 아낌없이주는나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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