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상태에 처하고 그 상태를 표현한다. 본능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려고 하는 이유는 그것이 다른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첫발자국이기 때문이다. 공감하는 사람을 만나야 나는 혼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나는 혼자가 아님을 깨달은 이후에야 다른 사람의 아픔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있는 존재들이다.

어떤 상태를 표현하는 말은 자신이 처한 상태를 가장 잘 설명하려고 노력이다. 배가 고픈 상태가 있고 터질 듯 배가 부른 상태도 있다. 원자핵 주위에 있는 전자는 바닥상태가 있고 또 들뜬상태도 있다. 공기가 깨끗한 상태도 있고 미세먼지가 많은 상태도 있다. 요즘은 대기 중 먼지의 상태를 단계별 수치로 세분화해 표현한다.

사람들은 행복한 상태에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그 반대의 상태는 무엇인가? 불행? 왜 행복의 반대는 고유한 이름을 가지지 못하고 행복하지(幸) 않(不)다는 말로 얼버무리는가. 세간의 말대로 행복은 다 비슷하고 불행은 그 종류가 너무 많아서 정의하기 어려웠을까. 행복은 그저 하나이지만 불행은 목록이 너무 많아 행복 외 나머지 모두를 싸잡아 이름지어야 했나.

사실 우리는 행복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안 좋은 일이 닥쳤을 때 과거의 일상이 행복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지금 행복하다고 느낄지라도 그 느낌은 출렁이는 욕망의 수위에 묻혀 금방 사라지기도 한다. 또는 그냥 행복하다고 믿고 싶은 상태일 수도 있다. 행복은 쉽사리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보게 놔두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불행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고 이름을 달아줄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 하나는 불행은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이다.

지구에 난 상처는 바람과 물결이 쓰다듬어 아문다. 그러나 달은 바람과 물결을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이 둘은 함께한다.

`…달은 상처를 지우지 않는다…/ 40억 년 전의 피 묻은 흉도 지금의 것이기에/ 온전히 상처로 이루어진 달과// 지구가 함께하는 이유는/ 아물어야하되 잊지는 말아야할 것/ 생명이기 때문이다` - 공전의 이유 부분.

불행의 목록 안에는 죽음보다 못한 삶도 있다. 4년 전 4월, 상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식을 죽음으로 앞세우고 또 그 슬픔마저 짓밟혔던 사람들이 겪었을 불행이다. 그들이 받은 상처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있는 존재들이다. 행복의 반대말은 절망일지 모른다. 그래서 이 4월, 절망 대신 함께 아프고 서로를 토닥일 수밖에 없다. 김병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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