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어제 휴전선 최전방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격 중단한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화해분위기 조성을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지난 21일 핵실험장 폐기와 핵실험 중단을 선언한지 이틀 만에 우리 군이 화답을 한 모양새다. 국방부도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 및 평화로운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군은 확성기 중단에 이어 한미연합훈련도 단축이나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남북 간 극심한 대치국면을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작은 1960년대였지만 남북관계의 부침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남한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북한의 문제점과 실상을 고발하는 강력한 심리전 수단이다. 탈북 북한군인중엔 대북 확성기 방송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북한은 이를 `반공화국 적대행위`로 간주하고 강력 반발해왔다. 2000년 초반 진행된 각종 남북회담에서 이의 중단을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한때 중단됐다가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재개돼 지금까지 이어졌다.

확성기 중단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변하지 않았는데 대북 확성기 방송만 중단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가 무엇이든 북한이 변화된 모습을 보인 건 분명하다. 핵실험 중단을 선언하면서 북한은 아무런 조건도 내세우지 않았다. 항상 상응한 조치를 요구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상회담 의제로 논의될 만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우리 군이 조건 없이 중단한 것은 의미가 있다.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자심감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또한 우리의 조치에 선의의 화답이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을 것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 남북 긴장완화의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