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1일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다고 선언했다. 정상회담에서 협상용으로 씀직한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그야말로 의외다. 외견상 북한이 추진해온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벗어나 경제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제재완화를 위한 노림수라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한·미·일·중·러 등 과거 6자회담 당사국들은 일단 환영하고 있다. 앞서 남북은 분단이후 처음으로 정상간 직통전화를 개설하고 실무자 시험통화까지 마쳤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건만은 분명하다.

핵과 관련된 북한의 선제적인 조치로 비핵화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가 된다. 다만 북한의 속내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선언했지만 핵무기 포기의사는 없었다.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사실상 핵을 보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외적으로도 핵과 미사일의 완성을 선언했을 정도다. 이런 마당에 실험중단이나 핵실험장 폐기는 큰 의미가 없다. 미국 내에서도 긍정과 경계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은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실험 중단이 핵보유국 입장에서의 핵군축과 맥락을 같이한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핵무기 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해 협상을 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일부의 우려대로 북한의 주도권 잡기용 노림수엔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체제 안전보장과 평화체제 구축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를 보장해주는 것이 핵개발이라고 믿어왔다. 이러한 북한을 상대로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기 위해선 적잖은 당근과 유인책이 필요하다. 중요한 건 핵실험 중단이 아니라 완전한 핵폐기를 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가 될 것이다. 잇단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결실을 도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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