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남북정상회담 앞둔 판문점 가보니

판문점 T2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 내부모습. 군사분계선(MDL)위에 설치된 이 가건물의 절반은 북측 땅이어서 회담장내에선 수시로 남북을 오가는 셈이다.
판문점 T2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 내부모습. 군사분계선(MDL)위에 설치된 이 가건물의 절반은 북측 땅이어서 회담장내에선 수시로 남북을 오가는 셈이다.
한반도는 물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2018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오는 27일 열린다. 본보를 포함한 내외신 기자 80여 명이 18일 오전 사전답사 차원에서 이 곳을 방문했을 때, 외견상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정상회담에 맞춰 건물 내부를 손보기 위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정부와 유엔사령부 관계자들이 건물 50m 앞까지 접근을 통제한 탓에 자세한 진척 상황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삼엄한 경비 속에서 5-6명의 인부들이 차분하면서도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세계사적 빅 이벤트가 이뤄질 중요한 장소라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정부는 이 곳에서 오는 24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리허설을 가질 예정이다. 24일 오후에는 준비위 분과장단 전원이 참여해 행사 당일 전체 일정을 그대로 재연하며, 26일에는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인원을 좀 더 넓혀서 공식적으로 더 세밀하게 리허설을 한다. 북측 역시 24일이나 25일 남쪽으로 내려와 회담장을 둘러보고 회담 리허설을 하게 된다.

이 곳에서 100m 떨어진 자유의 집 입구로 들어가 2층으로 올라간 뒤 북쪽으로 난 입구로 나가면 북측 판문각이 보인다. 북측 판문각과 자유의 집 사이 군사분계선(MDL) 위에 하늘색 가건물 3채가 세로로 설치돼 있는데, 각각 중립국 감독위원회와 군사정전위원회,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로 사용되는 T1·2·3로 불린다. T의 약자는 `일시적`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Temporary`로 휴전협정을 위해 그야말로 `임시`로 만들어 놓은 것인데, 1953년 이후 65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가건물 사이에는 폭 50㎝, 높이 5㎝에 불과한 콘크리트 연석이 있는데, 이 것이 평소에는 넘을 수 없는 군사분계선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T2에 들어섰다. 건물 밖 군사분계선은 넘나들 수 없지만, 이 곳에선 회의실 중앙을 넘어가면 가상의 군사분계선을 지나 북측 땅을 밟게 되는 것이다.

20일 남북 정상간 핫라인이 연결된다. 김대중 정부시절에도 핫라인이 설치됐으나 이는 대통령 집무실이 아닌 국정원에 설치됐고, 북한 역시 노동당 통일전선부에 연결된 간접적 핫라인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양 정상 집무실에 설치될 전망이다. 청와대에선 양쪽 전화연결선 끝이 우리는 청와대이고, 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있는) 국무위원회라고 소개했다. 언제든 양 정상간 직접 통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제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우선 분단의 상징인 이 가건물 대신 김정은 위원장이 좋아한다는 농구대가 설치되는 것이다. 경직된 자세로 총을 들고 서 있던 군인들은 농구코트위의 남북을 넘나들며 하나가 될 게다. 경기가 끝나면 남북정상은 핫라인을 통해 서로를 격려하며 상대 측에 치맥을 돌리시겠지. 공동경비구역 서쪽 끝부터 동쪽 끝까지 곳곳에 농구대가 설치되고, 남북 군인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서로 뒤엉켜 하나가 되는 상상은 너무 앞서나가는 걸까. 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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