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날 특집] 한국전자통신연구원

ETRI 연구진이 개발한 무인자율차용 고성능 프로세서, 알데바란을 시연하는 모습.
ETRI 연구진이 개발한 무인자율차용 고성능 프로세서, 알데바란을 시연하는 모습.
정보통신기술(ICT)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다. 공간이라는 벽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 즉 인간(人間)을 좁히기 때문이다. 현실과 가상세계 경계를 허무는 증강현실도 결국 세계와 소통하는 기술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올해 들어 가장 바쁜 기관이 됐다. 4차 산업혁명을 아우르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슈퍼컴퓨팅 등의 핵심 연구기관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에는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됨에 따라 각종 기술시연으로 전 세계인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며 하이테크 코리아의 명성을 잇는데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연구진들은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먼저 `울트라 와이드 비전`(UWV)이라는 기술을 소개했다. 기존 TV보다 더욱 생생하고 관중을 압도하는 현장감을 제공하는 초실감 파노라마 영상이다. 특히 한 화면에 펼쳐지는 현장이 UHD TV와 대등한 화질로서 인기를 더했다. 연구진은 평창올림픽 테스트 이벤트 경기중 스노보드와 쇼트트랙 장면을 사전에 촬영해 인천국제공항 ICT라운지와 평창 ICT 홍보관에서 시연했다. 올림픽 기간중 개최된 난타 문화공연도 실시간 강릉에서 인천으로 중계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다음으로 ETRI는 개인 맞춤형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였다. `증강현실(AR)-Ways`라 불리는 본 기술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처음 왔을 경우, 지리적인 파악이 잘 안돼 어려움을 겪는데 착안한 기술이다. 연구진은 공항에서 입국에서부터 출국까지 AR기술과 정밀측위 기술을 이용해 이동구간에 따라 개인위치를 기반으로 실내외에서 길안내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선수 정밀측위 및 운동량 분석시스템을 제공해 국가대표 훈련 및 경기 데이터 분석에도 활용했다. 이를 통해 충북 진천의 선수촌 빙상경기장에서 시연을 가져 경기력 향상에도 도움을 주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AI콜센터도 큰 인기를 모았다. 올림픽 조직위원회 콜센터와 연동해 정보통신서비스 민원처리 및 교통 길 안내, 경기정보 안내 등 문의전화를 인공지능이 안내케 했다. 연구진은 주로 많이 묻는 질의에 대해 약 85% 이상의 응답정확률을 보였으며 한국어 음절인식과 영어단어 인식성능은 아주 뛰어난 98%에 육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올림픽 기간중 무엇보다 화제였던 것은 바로 자동통역 서비스인 `말랑말랑 지니톡`이었다. 한국어와 8개 국어를 동시통역 해주는 지니톡(GenieTalk)은 ETRI가 기술을 개발해 한컴이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이번 올림픽 기간중 지니톡은 언어장벽이 없는 최초의 올림픽을 만들만큼 전 세계인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연구진은 강릉의 올림픽파크와 아이스아레나, 평창, 인천공항 등 4곳에 지니톡 체험부스를 운영하고 전 세계인들에게 자동통역 서비스를 알렸다. 그 결과 지니톡은 하루 사용량이 기존 4만 건에서 5배나 많은 20만 건에 육박하는 사용 로그 데이터를 보였다. 아울러 올림픽 이전에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순으로 사용량이 많았는데 올림픽 이후 순서가 바뀌었다. 일본어가 중국어보다 사용량이 더 많아진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의미있는 변화로 보고 있다. 특히 일본 NHK는 지니톡을 이용해 강릉시 중앙시장을 탐방한 흥미로운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올림픽 중계를 미국에서 지상파 UHD TV를 볼 수 있었던 것도 북미 표준(ATSC 3.0)이 된 ETRI의 전송기술(LDM)과 동영상압축기술(HEVC)기술이다. 이러한 핵심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이어져 황금알을 낳게 됐다. 또한 연구진은 강릉시 일원에서 버스를 이용해 모바일 핫스팟 네트워크(MHN) 기술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 도로구간 내에서 10 Gbps의 속도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는 5000명이 동시에 실시간 HD급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올해 서울지하철에도 기가와이파이로 적용되는 기술이다.

국민들이 실제 편리하고 안전하며 모두가 이용 가능한 ICT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연구진의 목표다. 올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초지능, 초연결, 초실감 기술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지능화(IDX)전략을 구체화 하고 있다. 이미 14개 핵심 분야를 선정해 차근차근 하나씩 매듭을 풀고 있다. 국방, 의료, 행정, 제조, 농수산 등의 분야를 시작으로 기관간 협력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지난해 전 국가사회시스템의 디지털지능화(IDX, Intelligent Digital Transformation) 전략을 발표한 ETRI는 그동안의 산업성장 정책을 지원해왔던 63개의 다양한 기술분야를 역량 관점에서 29개의 집중육성분야로 압축하고 연구 중심, 연구자 중심의 조직체계를 도입한다.

집중육성분야는 ETRI의 역량, 기술의 유망성, 시장지배력 등에 대한 내외부 진단을 거쳐 초연결 분야 11개, 초지능 분야 7개, 초실감 분야 2개, 소재부품 분야 6개, 융복합 분야 3개 등 총 29개 분야를 선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대응력이 부족했던 국가사회문제 해결에 몰입할 수 있는 조직체계와 재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조직체계도 창의 연구실, 개인연구실 등 연구 및 연구자 중심 조직체계로 전환을 계획하고 단계적인 인력 재배치도 2단계로 나누어 과감한 원내공모제가 추진될 예정이다.

한편, 외부의 우수한 인재들과 독보적 연구업적을 이룬 은퇴과학기술자들의 보다 원활한 활용과 안정적인 교류를 위해, 여러기관에서 시간을 분할해 근무할 수 있는 `파트타임 정규직`제도의 도입을 위해 관련기관들과 협의를 시작했다.

연구자들이 지적재산권을 지키면서 연구결과물들을 서로 공유·재활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협업플랫폼도 단계적으로 구축한다. 연구생산성 극대화와 자연스런 기술융합이 기대된다.

ETRI 김봉태 미래전략연구소장은 "40여 년간 축적된 다양한 ICT원천기술들이 자연스럽게 품질을 제고되고 융합과 재축적의 과정을 거치게 함으로써, 공공기관들과 기업들에게 다양하고 새로운 비즈니스생태계를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예정"이라며 "사람중심의 4차 산업혁명 R&D 정책 방향에 맞춰 국가 ICT 최고연구기관인 ETRI는 발빠르게 자체 R&R을 재정립해 국가와 사회에서 요구되는 공공수요 기반 R&D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용민 기자

※ 이 기사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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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지능 sw 엑소브레인이 장학퀴즈에서 왕중왕을 이기고 우승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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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연구진이 개발한 초고효율압축코덱(HEVC) 기술로 초실감영상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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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전경
ETRI 전경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지니톡의 자동통역서비스를 사용해 외국인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지니톡의 자동통역서비스를 사용해 외국인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평창 동계올림픽기간 동안 인천공항 ICT라운지에서 UWV 시연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촬영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기간 동안 인천공항 ICT라운지에서 UWV 시연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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