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로드맵 사용설명서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에 이어 주거와 인간관계를 포기한 오포세대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부모가 가진 재산과 능력에 따라 금수저나 흙수저로 구분되는 수저계급론이 부상한 것도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저성장 고실업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내집 마련은 다가가려 할수록 사라지는 신기루와 같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코자 지난해 말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했다. 부모 도움 없이는 전셋집조차 마련할 수 없고, 신혼부부가 머물 보금자리가 없는 문제에 대해 `주거복지`라는 개념을 도입해 정책적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청년과 신혼부부, 고령과 취약계층을 아우르는 주거지원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봤다.

◇청년은 청년주택과 기숙사=국토부가 발표한 2016년 기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 청년은 1인가구가 많고, 임차가구 중 월세 비율이 64.3%로 높은 상태다. 버는 돈의 다수를 주거를 위해 사용하는 셈이며,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도 7.2%로 전연령 평균인 5.4%를 상회했다. 이중 저소득 청년은 월세비중이 66.9%로 매우 높고, 쪽방이나 고시원에 많이 거주하고 있다. 청년들이 많이 바라는 지원책으로는 전월세 지원이 44.1%로 가장 많았고 공공임대주택 수요도 17.5%로 높은 편이다. 정부는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앞으로 5년간 청년주택을 25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며, 기숙사 조성 등으로 5만명을 입주토록 할 방침이다. 세부적으로는 19-39세 청년이라면 행복주택과 공공지원주택,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은 행복주택과 매입·전세임대, 5년 경력 미만의 사회초년생은 행복주택을 노려볼만하다. 행복주택은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80% 이하거나 본인소득이 없으면 부모소득이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100% 이하면 입주할 수 있다. 임대료는 시세의 70%가량이며 셰어하우스나 소호형주거클러스터, 산단형주택, 여성안심주택 형태로도 공급된다.

매입·전세임대의 경우 입주 순위는 1순위는 생계·의료급여 수급자 가구의 청년, 2순위는 평균소득 50% 이하 가구 청년, 3순위는 평균소득 이하 가구 청년이다. 임대기간은 최소 2년이며, 재계약시 최장 6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공공지원주택은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120% 이하면 입주할 수 있다. 이 밖에 올해 하반기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을 도입해 주택구입이나 임차자금 마련을 지원할 계획이다.

◇신혼부부는 공공임대주택=삼포세대의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 혼인 급감이다. 혼인건수는 1995년 43만 5000건이었으나 2016년의 경우 28만 2000건으로 급감한 상태다. 출생아 숫자 또한 2016년 40만 6000명에 불과해 1970년 통계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주거차원에서 들여다보면 저소득 신혼가구는 월세비율이 51.5%를 육박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 문제를 해소하려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신혼부부 희망타운 조성을 추진 중이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건설형을 비롯해 매입·전세형 공공임대주택을 연 4만가구, 총 20만 가구를 공급할 방침이다. 신혼부부가 자녀 출산 후에도 거주할 수 있도록 기존 행복주택 평형을 확대하고, 어린이집이나 놀이방, 생태학습장 등 특화 시설도 강화한다. 신혼부부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신혼희망타운도 7만가구 공급된다. 공급은 수도권에 70% 정도가 배정됐고, 충청권은 아산탕정과 청주지북 등이 검토 대상지구다. 공공분양과 민영주택의 신혼부부 공급대상을 확대하고, 특별공급 비율도 높여 신혼부부의 내집마련 기회를 확대토록 할 예정이다. 공급대상 또한 기존 혼인기간 5년 이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00% 이하, 1자녀 이하인 무주택세대에서 혼인기간 7년 이내, 무자녀 가구도 포함되도록 바뀐다. 신혼부부특별공급 비율도 국민주택이나 공공분양주택은 현행 15%에서 30%, 민영주택은 현행 10%에서 20%로 개선된다. 공급순위도 혼인 기간이 아닌 자녀 유무로 결정된다.

◇고령가구는 무장애 설계주택과 연금형 매입임대=사회구조가 고령화시대에 접어듦에 따라 주거부문도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노인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주택에 무장애 설계를 비롯해 독거노인 거주용 주택은 `홀몸노인 안심센서`를 설치할 계획이다. 무장애 설계 주택의 경우 2022년까지 맞춤형 건설임대 3만 가구, 매입·임차형 주택 2만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건설임대는 문턱을 없애고, 높낮이가 조절되는 세면대가 적용되며 매입·임차형은 노후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통해 고령자에 공급된다. 특히 주택을 보유한 채 금전적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푸어가 많은 점을 고려해 올해부터 주택을 매각한 고령자에게는 매입 금액을 분할해 지급하고,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이 밖에 집주인 임대사업 대상자 선정에 있어 고령자가 소유한 주택이 우선 선정되도록 가점을 부여하며, 임차인 선정에도 독거노인 등 고령층 주거약자가 우선 선정되도록 할 예정이다.

◇저소득층, 주거급여 지원대상 확대=저소득층의 자가점유율은 2016년 기준 46.2%로 고소득층이 79.3%인 것에 비해 매우 낮고, 월세 비중도 73.2%로 높은 편이다. 장애인의 경우 일반가구에 비해 무주택기간이 19.4년으로 매우 길고, 빈곤아동 비중은 전체 아동가구의 11.7%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한부모가정의 23.1%, 소년소녀가장의 37%가 주거빈곤 상태에 빠져있다. 정부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과 신혼부부, 고령자 외에도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공적임대주택을 총 41만 가구 공급할 방침이다. 이중 저소득 일반가구는 27만가구, 청년층외 일반가구에는 14만가구가 공급된다. 주거급여 지원대상과 지원금액도 확대된다. 지원대상을 넓히려 소득인정액 기준을 중위소득 43%에서 2020년까지 45%로 확대하고, 오는 10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54만 7000가구를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지원금액은 최저주거면적의 민간임차료를 반영해 지원금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고, 수급자 중 취약가구를 대상으로 정기방문, 상담, 자활, 건강,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복지서비스와 연계할 예정이다. 중증장애인에게 주거약자용주택이 우선 공급되도록 올해 안에 선정기준에 장애등급을 포함하는 것으로 개선된다. 아동이 있는 빈곤가구에게는 매입·전세임대 다자녀가구에 가점을 미성년자녀 수에 따른 가점으로 개선해 우선입주를 지원한다. 소년소녀가장 등 보호대상아동에게는 연간 1000가구 수준으로 전세임대주택을 무상으로 지원한다.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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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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