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9명의 인명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는 소방대의 대응부실이 화를 키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초기 건물현장에 진입했더라면 일부라도 구조를 했을 것이란 판단이다. 소방합동조사단이 어제 2차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그동안 제기됐던 진압과정에서의 논란에 대해 소방당국 스스로 부실대응을 인정한 것이다. 건물에 방화문이 없거나 스프링클러 미작동 등 미흡한 소방 설비가 화재를 불렀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문제는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의 허술한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고 하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소방당국이 지적한 부실만 해도 한 두 개가 아니다. 대표적인 게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2층으로 진입하는 문제다. 농연과 열기로 인해 물러났지만 비상계단을 통해 진입을 강행했더라면 인명 구조 가능성이 있었다는 추정이다. 2층에 생존자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도 다른 층의 구조에만 몰두한 것도 현장 지휘관의 판단 미흡으로 지적됐다. 인력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쟁점이 됐던 소방 굴절차의 작동은 담당자의 숙련도 부족으로 밝혀졌다. 결국 당시 출동했던 소방대의 인력과 장비로는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던 상황은 아니었다는 평가다.

모든 건물과 시설물엔 소방 설비를 갖춰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하면 출동한 소방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속한 현장 파악과 대응을 통해 인명과 재산을 구해야 한다. 허술한 대응으로 화를 키웠다면 어떤 변명으로도 통할 수 없다. 잘못을 스스로 밝히기가 쉽지 않은데 제천 화재 부실대응을 인정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렇다고 소방당국의 무능과 책임까지 용서되는 건 아니다. 인력과 장비 탓으로 돌려서도 안 된다. 평상시 철저한 교육과 반복 훈련을 통해 현장 대응능력을 키워야 한다. 소방대 대응부실이라는 얘기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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