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당국이 지적한 부실만 해도 한 두 개가 아니다. 대표적인 게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2층으로 진입하는 문제다. 농연과 열기로 인해 물러났지만 비상계단을 통해 진입을 강행했더라면 인명 구조 가능성이 있었다는 추정이다. 2층에 생존자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도 다른 층의 구조에만 몰두한 것도 현장 지휘관의 판단 미흡으로 지적됐다. 인력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쟁점이 됐던 소방 굴절차의 작동은 담당자의 숙련도 부족으로 밝혀졌다. 결국 당시 출동했던 소방대의 인력과 장비로는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던 상황은 아니었다는 평가다.
모든 건물과 시설물엔 소방 설비를 갖춰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하면 출동한 소방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속한 현장 파악과 대응을 통해 인명과 재산을 구해야 한다. 허술한 대응으로 화를 키웠다면 어떤 변명으로도 통할 수 없다. 잘못을 스스로 밝히기가 쉽지 않은데 제천 화재 부실대응을 인정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렇다고 소방당국의 무능과 책임까지 용서되는 건 아니다. 인력과 장비 탓으로 돌려서도 안 된다. 평상시 철저한 교육과 반복 훈련을 통해 현장 대응능력을 키워야 한다. 소방대 대응부실이라는 얘기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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