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아이는 울지 않는다

옆집 아이는 울지 않는다
옆집 아이는 울지 않는다
사회의 문제를 개인의 이야기로 좁혀, 개인과 개인 사이의 갈등과 감정을 소설화하는 작품을 우리는 적지 않게 봐왔다. 전아리의 소설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잔혹한 사건 하나하나를 포착하고, 그를 중심으로 화자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삶의 모서리, 그 긴장과 고통으로 범벅된 개인의 감정을 묘사하며 인물을 끝없이 코너로 내모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고통 속에서 소년은 자신을 납치한 유괴범을 살해하고 그의 집에서 탈출한다. 또 다른 소년은 악행을 일삼던 어른의 방 안으로 독사를 들여보내고, 그 어른은 죽음을 맞는다. 경악할 정도로 잔인한 결말은 끝 간 데 없이 내몰린 화자가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모하는 최대한의 발버둥처럼 간절하게 그려진다. 직접 발 벗고 나섬으로써 그 지옥에서, 감옥 같은 감정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행동인 것이다. 감정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탈출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몸부림으로 작가는 서사를 이끌어 낸다.

이처럼 감정에서 행동으로 전환하는 방식의 서사 구조는 이번 소설집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밖으로 터져 나오지 못한 채 개인의 감정에만 머무르는 이야기가 그 자리에서 함몰된다면, 전아리의 소설은 스스로를 구출하기 위한 적극적 행동을 용인함으로써 개인에게 스며든 병폐를 기어이 사회적 사건으로 확장시킨다. 결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변화를 이끌지도 못한 채 잊힐 수 있겠지만, 소설 속 인물들이 무언가를 실제로 했다는 사실은 몹시 중요하다. 이들의 결단을 통해 사회 표면으로 불쑥 돌출된 사건은 특수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것으로 환원돼버리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경험으로 환원되는 서사는 사회 구성원 스스로 그들이 속한 곳의 문제를 깨닫고, 거기서 벗어나고자 하는 행동을 시작하기를 촉구하듯, 비밀스럽지만 강력한 외침을 전한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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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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