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운송사업자 면허를 반납하고, 버스를 세워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서산시내를 운행하는 서령버스 관계자의 이 한마디에 긴 한숨과 함께 답답함이 묻어났다.

근로시간 단축 얘기다.

이 관계자는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7월부터 시행되는데, 버스도 포함되면서 큰 걱정이라는 것이다.

이미 경기도에서 `버스대란`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문제가 적지 않다.

특히나 농어촌 시내버스의 파장이 크다.

농어촌 시내버스의 특성상 갈수록 적자폭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근무여건에 비해 평소에도 넉넉하지 못한 버스기사의 임금이 근로시간 단축으로 더 줄어들게 됐다.

또 버스기사들의 근로시간을 줄인 만큼 대체 인력을 뽑아야 하는데 인력 수급도 문제다.

이 회사는 현재 66대의 버스에 110여명의 버스기사가 있다.

현재의 노선을 유지하는 선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버스기사 40여명을 추가로 채용해야 할 판이다.

문제는 숙련된 버스기사를 채용하는 것도 어렵지만 박봉의 월급을 받으면서 근무할 버스기사들이 없다는 것.

이래저래 당장 문제를 해결하기가 요원하다.

현재 서령버스는 서산시로부터 해마다 30억 원에 육박하는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지만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어렵다.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 비해 운행 거리는 멀지만 상대적으로 이용객들이 적은 구조에다 보조금을 받는 처지에 서산시나 시의원, 시민 등의 무리한 신규 노선 개설 요구는 무시할 수 없기에 항상 적자인 `메비우스의 띠`는 반복된다.

이 회사 사장은 적자에 허덕이다 버스기사들의 월급을 밀려 노동청에 고발을 당해 사법기관의 조사를 받았고, 수억 원의 사재를 털기까지 하는 등 근근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서령버스의 경영악화를 알고 있는 서산시도 무한정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기 때문에 타당한 근거 마련을 위한 용역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의 사례처럼 일선 농어촌 시·군을 운행하는 시내버스 회사들의 공통적 문제이기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어버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서령버스 관계자는 다행이라면서 헛웃음을 지었다.

7일 대체휴일에다 8일 임시휴일까지 내리 4일을 쉴 경우 버스승객 감소를 우려한 것이다.

보조금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농어촌 시내버스 회사의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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