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GDP 순위로 세계 11위, 수출 순위로는 세계 제 7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가 전 세계 156개국을 상대로 국민 행복도를 조사한 2018 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10점 만점에 5.875점으로 57위이다. 1위는 핀란드였고, 노르웨이, 덴마크 등 순으로 북유럽의 행복지수가 높았다.

그러면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도는 어떨까. 갤럽에서 2016년 11월 만 19세 이상 1500명의 전국의 국민을 대상으로 `귀하는 본인의 삶이 얼마나 행복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혹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60세 이상 노인의 행복도가 가장 낮았다. `매우 행복하다` 또는 `행복하다`고 답변한 비율을 보면 19-29세에서는 58%, 30대가 54%, 40대가 51%, 50대가 45%, 60대가 39%가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불행하게도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행복감이 점차 낮아지는 후진국 형태로 나타났다. 소득이 높은 영어권 국가에서는 나이에 따른 행복 지수가 45세에서 54세가 가장 낮고 이후 점차 증가, 노년층의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조사결과를 더 분석해보면 남성이 행복하다는 비율이 46%, 여성은 52%로 여성이 더 행복했고, 생활수준이 높은 사람이 68%, 생활수준이 가장 낮은 군에서 29%로 나타났다. 직업별로 보면 화이트칼라가 60%, 무직 및 은퇴자는 36%였다. 결론적으로 나이가 많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 그리고 직업이 없거나 열악한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낮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매우 흥미로운 사실은 대전, 세종, 충청권이 전국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68%로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어떤 이유로 대전 지역 주민들의 행복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가를 조사해 알아낸다면 대전을 명실상부한 행복도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핀란드와 같은 북유럽국가는 왜 이렇게 행복지수가 높을까. 행복이란 개인의 주관적인 삶의 기쁨과 만족을 뜻한다. 따라서 사람마다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과 조건이 다를 수 있다. 또한 개인만이 아니라, 나라에 따라서 행복의 기준이 차이가 날 수 있다. 각 나라의 공동체 의식, 정치적 성향,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북유럽국가 국민들은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강력한 사회보장제도와 좋은 공공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소득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기꺼이 내놓는다.

비록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 소득은 아니지만, 가장 높은 수준의 세금을 내는 것은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위한 투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높은 실업수당, 출산, 육아, 수준 높은 교육, 의료, 노후 돌봄 등이 모두 사회적 시스템에 의해 지원된다. 국가의 지원으로 직장도 얻고, 실업에 대한 걱정도 없으며 저소득층에겐 경제적인 지원을 통해 빈부격차를 줄이는 등의 복지 정책을 추구한다. 이런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들 국가의 GDP 대비 세금비율은 50%를 차지한다. 세금을 많이 내고 국민들이 고르게 혜택을 보는 방향으로 국민들의 생각이 모아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은 치열한 경쟁 없이 여유 있게 삶을 즐기며 자신의 행복에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사회보장제도가 점진적으로 각 분야에 도입되고 있다. 물론 이런 사회복지제도가 국민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고 경제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정부는 최저임금제도, 의료비 경감 대책, 미세먼지 대책 등 많은 사회복지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효율적인 국가예산 집행도 필요하지만 국민들이 소득에 따른 적절한 부담을 받아들여야 한다. 국가의 강력한 사회복지정책과 국민들이 국가를 믿고 세금 부담을 높이는 공감대가 함께 이뤄졌을 때 깨끗한 환경, 수준 높은 교육, 의료 혜택 그리고 높은 수준의 문화생활이 주어지고, 빈부의 격차가 해소됨으로써 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복지 국가로 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승훈 을지대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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