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석 당진시선거관리위원
정주석 당진시선거관리위원
봄소식과 함께 선거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지역 어디를 가 보아도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선택받기를 원하는 예비후보자들이 허용된 선거운동을 하고 있어 실질적인 지방선거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각 정당은 지방선거 프레임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공약 개발에 열중이며, 예비후보자들 또한 교통요지에서 출퇴근 인사를 하거나 각종 행사에 명함과 얼굴을 내미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특히 올해 지방선거는 선거 전에 개최될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과 관련한 국내외 정세의 변화와 헌법개정안 논의 및 미투(Me too)운동의 확산 등과 같은 일들이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선거의 공정관리를 모토로 삼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으로서 지방선거를 밝고 깨끗한 선거로 이끌어 주민 화합의 축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의 선거문화는 아직도 조직과 바람에 의해 좌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지역감정에 호소하거나 상대후보에 대한 비방과 같은 방법으로 당선되고자 하는 잘못된 관행이 잔존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유권자들이 정당의 정책이나 후보자들의 공약을 보고 선택하기보다는 연고나 인물중심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각 후보자의 정견이나 공약들의 차이가 적고 실현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에도 그 원인이 있다.

이에 유권자들이 공약실현성과 이행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강구가 필요하며, 그 중의 하나가 매니페스토인 것이다. 매니페스토(Manifesto)란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제시하는 선거공약을 말하며, 목표와 공약이행 가능성, 예산확보의 근거와 이행기한 등을 명시한 공약이다. 공약이 사전에 공개되고 평가됨으로써 유권자가 후보자들을 선택하는데 도움을 주게 된다. 또한 매니페스토는 당선된 후에도 공약이행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매니페스토 중심의 선거가 정착이 되면 유권자는 지역 발전 현안을 해결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함에 있어서 실현가능성이 가장 높은 공약을 제시한 후보자에게 투표할 것이고, 선거후 당선자의 공약이행 상황을 평가하여 다음 선거시 지지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현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를 중심으로 매니페스토 아젠다 개발을 위한 델파이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지방선거의 특성에 맞는 정책 아젠다 개발이 확정되면 정당 등에게 전달하고 유권자에게 알림으로써 정책선거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매니페스토에 의한 정책선거를 통하여 지금까지의 잘못된 관행을 단절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당, 후보자, 언론사, 시민단체, 유권자 모두의 협조와 지지가 필요하다. 먼저 정당과 후보자들은 네거티브 선거 전략을 지양하고 포지티브 선거 전략으로 실현가능한 정책을 제시하여 선택을 받아야 할 것이다. 언론사나 시민단체는 유권자들에게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여 공약실현성과 이행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후보자의 정책을 꼼꼼히 비교하여 어느 후보자가 실현가능한 정책을 제시하였는지 신중히 판단한 다음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하여야 할 것이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 표를 구걸하는 정치인들보다는 우리 지역의 문제를 잘 알고 있고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이웃 주민을 대표로 선출하여야 할 것이다. 표만 탐하여 선심성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에게는 언제까지 어떤 재원을 가지고 공약을 이행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물어야 한다. 답변 과정에서 우물거리는 후보가 있으면 과감하게 선택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는 후보자들에게 "재원조달방안은 무엇입니까?", "공약이행은 언제까지 할 것입니까?" 등과 같은 질문을 많이 하고, 구체적인 답변이 있는 선거가 되기를 바란다. 정주석 당진시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