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은 계산(鷄山), 계람산(鷄藍山), 마골산(麻骨山) 등의 이름으로 불려져 왔으며, 마을과 나라를 수호하는 산악숭배신앙의 대상으로 중시 되었던 곳이다. 삼국유사, 태조실록, 택리지 등의 역사문헌과 독락정기(기행문), 동소집(문집), 계룡시첩(시집) 등의 문학작품에서도 계룡산의 다채로운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다. 그 외에도 갑사, 신원사, 청량사터, 구룡사터 등 사찰과 절터, 신원사 오층석탑, 갑사 철당간지주, 공주 중장리 산성, 양화산성 등 중요한 문화유적들이 곳곳에 분포하고 있다.

계룡산국립공원에는 3500종이 넘는 생물다양성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과 연관된 많은 문화자원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적들 외에도 마을신앙(산신제, 동제), 세시풍속, 생활유적(담장, 가옥), 근현대건물(방앗간, 학교), 전통경관 등이 잘 남아있는 곳이다.

자연공원법에는 국립공원의 지정목적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연생태계, 자연 및 문화경관 등을 보전하고 지속 가능한 이용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공원의 수많은 문화자원이 오랫동안 관심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왔으며, 계룡산 주변의 문화자원도 예외는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2017년,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산성터(가칭 계룡산성)가 계룡산국립공원 직원들과 전문기관의 공동 조사로 학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연구 조사에 의하면 성터는 고려시대 축성된 것으로 시설물과 `계룡산방호별감(鷄龍山防護別監)`이라고 새겨진 명문기와 등 다수의 유적과 유물들이 조사되었다.

2018년, 계룡산국립공원은 지정 50주년을 맞아, 공원 내 발굴되지 않은 문화자원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자 계룡산을 주제로 한 `학술심포지엄`과 `문화자원 자료집` 발간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산성터 발굴조사, 정비 및 복원 추진과 계룡산을 테마로 한 역사교육 콘텐츠, 체험 프로그램 등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실행되려면, 국립공원사무소와 공주시, 사찰, 학술조사 기관들이 보존 주체로서 인식의 전환과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21세기를 문화의 세기(世紀)라고 한다. 한 세기에는 그 사회의 문화와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당대를 살았던 이들의 삶이 녹아있다.

우리는 과거-현재-미래로 연결된 창조와 순환의 수레바퀴 속에서 삶을 통찰해왔던 선조들의 혜안을 본받아 숨겨진 역사의 흔적을 찾아 미래세대에 전하고 보존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임영재 국립공원관리공단 계룡산국립공원사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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