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대전의 3·8 민주의거가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지 않고 있는 건 수긍하기 어렵다. 참다 못한 시민들이 기념일 지정 운동에 나섰다. 3·8 민주의거 국가기념일 지정 촉구 범시민추진위원회 주최로 그제 열린 제1회 3·8 민주의거 기념 걷기대회가 그것이다. 국가기념일 지정이 미뤄지는 사이 시민들의 뇌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뜻이 큰 행사다.

2·28 대구 학생의거와 마산 3·15 부정선거 규탄 시위 중간에 있는 3·8 의거는 4·19 혁명의 결정적인 촉매제가 됐다. 대전 지역 고교생들이 연합으로 추진하다가 사전 발각되면서 잠복했으나 1960년 3월 8일에서 10일까지 1500명의 학생이 시위에 나서면서 활활 타올랐다. 고교생 주도로 이승만 독재와 불의에 맞서 항거했던 충청권 최초의 학생운동으로 민주화의 한 장을 장식한다.

역사적 사실과 의미가 이토록 깊은 데도 정부 차원의 기념일 지정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었다. 대전시가 2009년 조례로 3·8 의거 기념일을 제정하면서 의지를 보였음에도 2013년 4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 일부 개정안 통과로 6·10 항쟁 등과 함께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은 정도다. 대구 학생의거와 마산 부정선거 시위가 49개 국가기념일 중 하나로 각각 지정된 것과 대비된다.

민주화의 역사가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데는 정부 탓이 크다. 기념일 지정이 납득할 만한 이유없이 미뤄지다 보니 정부 차원의 기념 행사도, 관련 단체의 예산 확보도 용이하지 않았다. 기념관 건립이나 민주공원 조성, 2세 교육을 위한 교재 개발 같은 선양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역사의 뒷전으로 밀려난 게 현실이다. 잊혀져 가는 대전지역 민주화의 자랑스런 역사를 오롯이 되살려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안 그래도 지난해 국회에서 3·8 의거 국가기념일 지정 촉구 결의안이 통과됐다. 정부는 이제라도 기념일로 지정하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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