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세종시장 후보로 출마가 확실시됐던 이충재 전 행정중심도시건설청장이 돌연 불출마 의사를 밝힌 채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이런 변고가 생기지 않았으면 바른미래당은 어제 오전 그를 광역단체장 영입 인사 1호로 발표할 예정이었다. 바른미래당은 "정치적 외압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난감해하고 있다. 당 대변인도 "모종의 압력이 작용했다고 본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이 전 청장의 변심과 `셀프 잠적` 사태는 무슨 연유로 느닷없이 생각을 바꾸고 외부와의 연락두절 상태에 들어갔느냐가 열쇠이며 이 부분이 납득되지 않고서는 지방선거 정국의 예외적인 미스터리로 남을 공산이 크다. 전후 사정과 관련한 의문이 풀리려면 지난 11일 저녁 7시쯤 이 전 청장에게 걸려온 전화 한통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상황을 복원해보면 자택에서 한 측근과 통화중이던 이 전 청장은 또 다른 데서 전화가 걸려오자 그 쪽과의 통화모드로 전환했고, 통화를 마친 후 그의 출마의사가 꺾인 사실이 확인됐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 전 청장은 의문의 전화한통으로 인해 180도 마음이 변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의 귀가 전 오후 동선을 보면 출마 관련한 지인 접촉, 선거사무실 임차 문제 협의, 바른미래당 시당 방문 등으로 채워져 있다. 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실체적 정황이라 할 수 있으며 증거능력 면에서도 부족하지 않을 듯 보인다. 결국 문제는 전화 한통과 그 내용이라 할 것이다. 우선 이 전 청장이 그 전화를 바로 수신했다면 발신자를 인지하고 있었음을 뜻한다. 또 그에게서 어떤 내용을 고지받았을 것이고 그러자 이 전 청장 의지가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 전 청장은 5년 넘게 행정도시건설청장을 지냈다. 세종시장 자리를 다퉈볼 만하고 그래서 바른미래당이 영입에 열을 올렸을 것이다. 이 전 청장의 배포 부족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고위공직을 지낸 인사치고는 처신이 야물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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