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 계절이다. 지난 9일 경기도 의정부시 중랑천에 이색 광경이 펼쳐졌다. 수심이 10-20㎝로 야트막한 하천에 어른 팔뚝 보다 굵은 잉어 10여 마리가 한데 모였다가 물보라를 만들어냈다. 물보라는 암컷이 알을 낳자 옆에 있던 수컷 무리가 잽싸게 방정하며 발생한 소동이었다. 예년보다 따뜻한 기온에 잉어떼 산란이 앞당겨지며 조용한 수면에 파장이 일었다.

봄은 짝짓기 계절이다. 긴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들은 짝짓기로 봄을 알린다. 사막여우는 봄이 오면 털갈이를 끝내고 짝짓기에 들어간다. 봄철 기온이 올라가면 긴팔 원숭이들의 짝짓기 행각도 늘어난다. 봄철 백로 암수는 기다란 다리로 몸을 지탱하며 나뭇가지 위에서 짝짓기 한다. 봄꽃들도 형태만 다를 뿐 짝짓기의 연장이다.

올해 봄은 짝짓기 풍경에 정치가 더해졌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지역마다 짝짓기가 한창이다. 예비후보들은 골목과 광장, SNS를 누비며 구애에 밤낮이 따로 없다. 어쩌면 지방선거는 후보자와 유권자의 거대한 짝짓기일지도 모른다. 사랑이 갈급하다고 모든 후보자가 짝짓기의 절정을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비후보부터 경선, 공천까지 여러 고비를 넘기고 짝짓기 본선 무대에 올라도 당선자보다 낙선자가 더 많다.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짝짓기의 짝짓기`가 횡행한다. 이른바 `지지선언`이다. 더불어민주당 충남도지사 경선이 가열되며 막판 지지선언이 쏟아졌다. 지지선언이 얼마나 힘을 발휘했을지는 경선 결과가 나와봐야 짐작할 수 있겠지만 지지선언이 쇄도하다 보니 겹치기와 중복도 눈에 띄었다. 이마저도 경선이 끝나고 나면 또 다른 짝짓기 상대를 찾아 이합집산할 터.

최근 한 과학전문잡지는 미국 스미스소니언 연구소와 서던미시시피대 등 공동 연구팀이 5억 년 전 고생대에 살다 멸종된 새우과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 암수간 형태 차이가 큰 종의 멸종률이 최대 10배 높음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자신을 꾸며 생식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종은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부족해 멸종위험이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훗날 어느 과학자도 오늘의 지방선거를 놓고 비슷한 분석결과를 내놓지 않을까. 허장성세는 멸종을 부른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