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서(왼쪽) 전 교장과 김응환 교장이 충주시 금릉동 금릉초등학교의 외벽에 벽화 재능기부를 하고 있어 주위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진광호 기자
박예서(왼쪽) 전 교장과 김응환 교장이 충주시 금릉동 금릉초등학교의 외벽에 벽화 재능기부를 하고 있어 주위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진광호 기자
"황량한 벽에 꽃이 피어나니 아이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해 졌습니다."

전·현직 초등학교 교장들이 벽화 재능기부를 통한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가고 있어 주위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2014년 8월 충주시 소태면 야동초등학교를 끝으로 정년 퇴임한 박예서(65) 전 교장과 김응환(58) 금릉초등학교 교장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3월 부임한 김 교장은 학교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담장이 휑한 것을 보고 고민 끝에 박 전 교장에게 벽화 재능기부를 제안한 것. 김 교장과 40여 년 우정을 쌓아온 박 전 교장은 김 교장의 의미 있는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박 전 교장은 퇴임 전 사비를 털어 40여 일 간 야동초등학교 모든 건물에 아기자기한 벽화를 직접 그려 학생들에게 선물해 지역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 교장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문화와 예술을 통한 아름다운 마음을 심어주는 것이 교육 지론"이라며 "벽화를 외부업체에 맡길 생각도 했지만 700만-800만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감당할 수 없어 형님(박 전 교장)에게 SOS를 치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막상 벽화를 그리기로 했지만 어떤 내용을 담을지도 고민이었다. 고민 끝에 아이들에게 친숙한 교과서의 음악과 미술에 관련 삽화를 넣기로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밑그림은 자유로운 물속과 상상 꿈을 향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벽화가 차츰 모습을 찾아가면서 아이들의 관심도 부쩍 늘었다.

김 교장은 "미세먼지와 황사 등으로 숨쉬기 힘들 때도 있지만 아이들이 다가와 웃고 떠들면서 관심을 가져주면 가슴이 벅차다"면서 "특히 좋아하는 분과도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행복"이라고 뿌듯해 했다.

평소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아 이를 통해 교육 접목시키려 노력하는 김 교장은 최근 서로 간의 마음 벽을 허물어 학교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6학년을 대상으로 직접 기타 연주수업 열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김 교장은 "앞으로 학내의 빈 공간에도 아이들의 예술적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는 벽화를 그려 넣고 싶다"며 "남들보다는 바쁘고 피곤하지만 앞으로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서로 문화와 예술로 소통하겠다"고 다짐했다.

20여 일 넘게 밖에서 벽화를 그리다 보니 얼굴이 검게 그을렸지만 서로 농담을 주고 받으며 하얀 이를 드러내는 이들의 웃는 모습에는 행복이 차있었다. 또 이들은 아름다운 동행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진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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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서(앞쪽) 전 교장과 김응환 교장이 충주시 금릉동 금릉초등학교의 외벽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 진광호 기자
박예서(앞쪽) 전 교장과 김응환 교장이 충주시 금릉동 금릉초등학교의 외벽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 진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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