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인 이모(42)씨의 머릿속엔 `돈` 뿐이다. 자녀들의 교육비는 물론,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도 오르면서 이쪽 저쪽 돈을 쓸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지도 오래다. 자동차 할부금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런데 대출심사까지 강화된다는 소식에 이씨는 한숨이 늘었다. 돈을 빌릴 수 조차도 없게될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52)씨도 `빚`때문에 `빛`이 보이지 않는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해, 좀처럼 다시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료는 계속 나가고, 여기에 임대료까지 올려달라 하면 말 그대로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목돈은 계속 필요한데, 대출규제 강화로 걱정만 늘고 있다.

올해부터 대출문턱이 가파르게 높아졌다. 올초 신 총부채상환비율(DTI)를 시작으로,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소득대비대출비율(LTI) 등 각종 대출제도가 도입·시행되면서 돈 빌리기가 까다로워졌다. 정부 기조에 따라 은행들의 대출심사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저축은행·상호금융 등의 비은행권 대출심사도 더욱 엄격해질 전망이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빚을 내는 것 조차 부담스럽고, 대출규제 강화로 대출자체도 받기가 어려워져 서민이나 자영업자는 이중고에 처할 형국이다.

대출수요는 여전하다. 대출규제가 도입되기 전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달 은행, 보험, 상호금융 등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보다 5조 원 늘었다. 전년 동기 가계대출 증가폭인 5조 5000억 원에 비해선 줄었지만 여전히 증가폭은 컸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2조 8000억 원 늘어난 576조 원이었다. 주담대 증가액도 지난해 12월 2조 8000억 원 이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출규제가 본격화되기 전 미리 대출을 받은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사철이라는 계절 특징, 정부 대책 등이 가계대출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인터넷 전문은행이 들어오면서 기타대출 등 영업을 강화한 점도 있어 과거의 대출 상황과 비교를 하기엔 여건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규제 강화는 이전부터 예고가 돼 왔던 만큼 최근 DSR 도입 이후 대출관련상담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앞으로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부담 증가와 주담대 규제 강화에 따른 신용대출, 자영업자대출 증가 등이 문제로 대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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