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Margaux)는 여성의 이름으로도 사용되는 유일한 와인 마을 명칭(Appellation)입니다. 마을 이름과 똑같은 1등급 와인, 샤또 마고를 좋아했던 노벨문학상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Hemingway)는 모델과 배우로 활약하다가 42세 나이로 요절한 맏손녀에게 마고란 이름을 붙여주었었지요. 뽀이약 와인이 강건한 남성적 와인이라면, 마고 와인은 메독 지역에서 가장 여성스러운 와인입니다. 한없이 섬세하고 유연한 향과 맛에 풍부하고 감미로운 타닌감으로 우아한 면모를 뽐냅니다.

보르도에서 대서양쪽으로 지롱드 강을 따라 내려가다가 나란히 붙어 있는 쌩줄리앙(Saint-Julien), 뽀이약(Pauillac) 쌩떼스떼프(Saint-Estephe)에 다다르기 전에 만나게 되는 마고는 와인 명칭과 행정구역 명칭(Commune)이 동일한 위의 3개 마을과는 달리 5개의 마을을 포함합니다. 1855년 메독 와인 등급(총 61개) 선정시 최다인 21개 등급와인을 확보한 마고는 1등급 샤또 마고 등 10개가 마고 마을에, 8개가 깡뜨낙(Cantenac)에 위치합니다. 나머지 3개 등급와인은 2개가 라바르드(Labarde)에 1개가 아르삭(Arsac)에 있고, 수쌍(Soussans)에는 등급와인의 샤또는 없지만, 2등급 와인 라스꽁브(Lascombes)의 포도원 등이 있습니다.

5개 마을에 걸쳐서인지 마고의 포도밭 면적은 약 1350ha로 쌩줄리앙(900헥타) 등 3개 마을보다 넓습니다. 큼지막한 포도원을 보유하여 샤또들이 골고루 흩어져 있는 뽀이약이나 쌩줄리앙과는 달리 마고 사또들은 마을 안에 복잡하게 얽혀 모여 있습니다. 따라서 마고 와인에 대한 감상은 토양보다는 샤또들의 양조기술과 전통에서 차이를 찾아야 합니다. 또한 마고는 다른 마을에 비해 까베르네 쇼비뇽 비율이 낮고 우아함의 기초가 되는 메를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쌩줄리앙과 같이 마고에는 2등급 샤또가 최대인 5개가 있습니다. 18세기에 쌩줄리앙의 레오빌(Leoville)만큼 인정받았던 로장(Rauzan)은 로장-세글라(Segla)와 로장-가씨(Gassies)로 분리되었고, 보르도 와인의 대표 패밀리인 뤼똥(Lurton) 일가 소유의 브란-깡뜨냑(Brane-Cantenac)과 뒤포르-비방(Durfort-Vivens)이 또다른 짝을 이룹니다. 나머지 하나는 라스꽁브입니다. 생산설비를 개선하고 샤넬이 인수하면서 과거 명성을 되찾은 로장-세글라와 라스꽁브 외 나머지 3개 와인은 2등급 등급와인으로는 평범하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하여 행사시 6~7만원 정도에 살 수 있습니다. 다음 칼럼에서 소개할 1등급 샤또 마고 외에 마고를 대표하는 샤또는 5개에 달하는 2등급 와인들이 아닌 3등급 샤또 빨머(Palmer)입니다.

2016년 보르도 와이너리 투어시 방문했던 마고 샤또는 샤또 라스꽁브가 유일합니다. 라스꽁브는 온통 담쟁이 넝쿨에 덮인 아담한 샤또가 멋졌습니다. 다른 샤또와는 달리 초보 안내자와 교육관이 한 조로 구성된 가이드팀의 안내로, 100ha가 넘는 큰 규모 와이너리다운 650헥토리터의 저장 탱크 등의 양조시설과 1881년 와인까지 보관된 꺄브를 둘러보았습니다. 메를로가 50%나 블렌딩된 라스꽁브 2011년과 세컨 와인인 슈발리에 라스꽁브 2012년을 시음했는데, "나는 늘 라스꽁브 와인을 이해하는데 애를 먹는다."라고 와인 학자인 파트릭 레옹(Patrick Leon)이 말했듯이 샤또 라스꽁브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많은 변화를 가져오는 전형적인 마고 와인입니다.

다음번에는 클래식와인 정모(마고 7번째)에서 2등급 샤또 로장-세글라와 샤또 브란-깡뜨냑의 2013 빈티지와 성을 둘러싼 해자로 아름다운 샤또 디쌍(d`Issan)의 세컨 와인 블라종(Blason) 디쌍 2010을 맛볼 예정으로, 우아한 마고 와인들의 매력이 기대됩니다. 신성식 ETRI 미래전략연구소 산업전략연구그룹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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