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

귀환
귀환
2012년 3월 카이로 국제공항, 한 남성이 아내와 어머니와 함께 리비아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남자의 이름은 히샴 마타르. 그는 여덟 살이던 1979년에 리비아를 탈출한 이후, 부모를 따라 케냐 나이로비와 이집트 카이로로, 그리고 홀로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살았다.

히샴 마타르의 아버지 자발라 마타르. 1939년생으로 청년 장교였다가 카다피 집권 이후 뉴욕에서 외교관으로 재직했다. 사업 수완이 좋아 적지 않은 돈을 모으기도 했다. 주위에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카다피 정권의 실체를 알아챈 이후에는 정권에 협조하지 않고 저항 세력을 규합한 대표적 반체제 인사. 1990년 3월 12일, 아버지 자발라 마타르는 망명지 카이로에서 이집트 비밀경찰에게 체포되어 카다피에게 넘겨졌다. 1993년, 아버지의 편지가 가족에게 전달됐다. 아버지가 리비아의 악명 높은 아부살림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음을 알았다. 1996년 이후 아버지의 소식이 끊겼다. 그리고 1996년 6월 29일, 아부살림에서 1270명의 정치범들이 학살당했다. 이날 그 자리에서 아버지를 보았다는 증언이, 반대로 이후에도 아버지를 감옥에서 보았다는 증언이 공존한다. 아버지는 죽었을 수도, 죽지 않았을 수도 있다. 희망과 절망, 의심과 체념이 함께한다.

히샴 마타르는 33년의 시간을 등에 지고 고국 리비아로 돌아간다. 2011년 카다피가 몰락한 이후에도 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했다. 대신 아들이 아버지의 나라에 돌아가 아버지의 흔적을 찾고자 한다. 이 책은 `아버지의 실종과 운명에 얽힌 시대의 진실을 찾아 나선 아들의 머나먼 여정`, 귀환의 이야기이다.

아버지의 실종과 운명이 가족의 비극으로 한정되지 않고 있는 점은 이 책의 감동이 역사적 보편성의 수준으로 확장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아버지가 회유와 타협을 물리치고 자신과 가족의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독립적 저항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아버지에게 국가는 `가족이라는 사적 실재와 대립 관계`에 있는 것이었다. 리비아는 70년이 채 안된 신생국가다. 아버지의 실종과 비극적 운명은 리비아 역사의 국면 속에서만 이해될 수 있는데, 이는 작가가 리비아로 돌아가 찾고자 했던 것이 아버지 죽음의 진실만은 아니었음을 뜻한다. 어떤 개인의 죽음도 개별적일 수 없다는 것, 그 죽음에 연루된 공동체의 역사와 정치의 책임문제, 그래서 어쩌면 이 세상에는 사소하고 잊힐 수 있는 죽음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 그리해 개인적인 진실이 가장 역사적일 수 있다는 것을 전한다.

역사와 정치에 의해 파괴돼가는 인간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그 무게를 견디게 하는 어떤 힘이 있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아부살림 교도소에서 아버지의 신비롭고도 아름답기까지 한 행동을 가능하게 한 것은 시(詩), 즉 문학이었다.

2011년 `아랍의 봄`이 도래했지만 시리아 내전 등 중동의 비극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책을 보며 우리는 되묻는다. `귀환`이 어찌 히샴 마타르 한 사람만의 이야기인지.

이 책은 지난 해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으며 연이어 논픽션에 주어지는 명예로운 도서상인 펜·진 스타인 도서상, 폴리오상을 받았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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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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