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칼럼]

김영균 대전선병원 혈관외과 과장.
김영균 대전선병원 혈관외과 과장.
복부 대동맥류는 흔히 `뱃속의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따로 증상이 없는데다 파열로 인한 사망률이 50-90%에 달할 만큼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동맥류는 대동맥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혈관벽이 얇아지는 질환이다. 동맥경화증이 대동맥에 발생하면서 혈관이 혈압을 견디지 못해 서서히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5배 더 많이 나타나며, 대동맥류의 75% 정도가 복부대동맥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경우 증상 없이 서서히 진행되며, 간혹 마른 사람에서 복부에 맥박이 느껴지는 덩어리(종괴)가 만져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환자가 복통 또는 흉통 등의 증상을 느낄 정도가 되면 대동맥류 파열이 임박했거나 이미 파열이 발생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대동맥류는 파열 시 많은 양의 혈액이 흘러나와 쇼크 상태에 빠지면서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정상적인 복부 대동맥의 지름은 2-2.5㎝ 정도이고, 보통 3㎝ 이상으로 증가하면 복부 대동맥류로 진단한다. 대동맥류는 지름이 커질수록 파열 위험도 커진다. 지름 5㎝ 이상이면 연간 5-10%, 6㎝ 이상이면 10-20%, 7㎝ 이상이면 20% 이상 파열된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대동맥류는 저절로 사라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약 80%는 지름이 점차 커지고, 나머지 20%는 크기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름이 5㎝ 이상이면 가급적 빨리 치료받아야 한다.

널리 알려진 수술 방법은 개복을 통한 대동맥류 치환술과 혈관 내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이다. 개복술의 경우 복부에 긴 흉터가 남고 입원 및 회복기간이 길지만 재수술 또는 재시술의 빈도가 낮다. 또 혈관 내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은 양쪽 사타구니 부위를 최소한으로 절개한 뒤 인조혈관을 대동맥류가 있는 부위에 삽입하는 방법이다. 흉터가 거의 없고 시술 및 회복기간이 짧지만 10% 이상의 환자에서 추가 시술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때문에 대동맥류가 발견되면 전문의와 상의 후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대동맥류가 파열되면 응급처치 여부와 관계없이 사망률이 50% 이상에 달하며, 수술을 받아도 중증합병증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조기 검진을 통해 파열 전 미리 발견하고 치료 받는 것이 파열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대동맥류는 복부 초음파 검사나 CT 촬영으로 진단할 수 있어 일반 건강검진을 시행할 때 해당 검사들을 함께 받는 것이 좋다. 가족력을 갖고 있거나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등 동맥경화증 위험요소가 있는 경우 남자는 55세, 여자는 60세부터 1년에 한 번 이상은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김영균 대전선병원 혈관외과 과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