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판매된 S전자의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에 도입된 `천지인`이라는 한글자판은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한글 입력 수단이다. 그러나 이 천지인 자판을 발명한 발명자와 S전자 사이에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소송`이 제기되고 2003년도에 거액의 보상금으로 화해가 성립되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직무발명제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 회사에 근무하는 종업원이 한 발명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야 한다. 특허청에 출원되는 특허출원의 80% 이상이 개인이 아닌 회사 명의로 출원되는 사실을 감안하면 종업원이 한 발명에 대한 권리는 회사의 소유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특허법상 발명에 대하여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발명을 한 자 또는 그 승계인에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그 발명이 종업원의 직무 및 사용자의 업무범위에 속하는 직무발명인지 그렇지 않은 자유발명인지를 떠나서 발명에 대한 권리는 발명자인 종업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된다. 결국 회사는 이를 승계한 경우에만 발명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이 종업원의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를 승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행절차가 필요하다. 첫째는 근로계약 또는 근무규정에 직무발명의 특허 등에 관한 권리를 사용자에게 승계시키는 규정(이를 예약승계라 한다)을 마련해야하고, 둘째는 직무발명을 승계한 경우 발명자에게 제공할 정당한 보상에 관한 규정을 작성해야 한다. 특히 예약승계 규정이 준비되지 않은 기업은 종업원의 동의를 얻지 않고는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를 승계받을 수 없고 직무발명이 특허된 경우에 그에 대한 통상실시권만을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 중에는 종업원의 직무발명은 급여에 대한 근로의 성과물로서 그에 대한 권리는 당연히 회사에 귀속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기업이 적지 않다.

필자는 얼마 전에 전자기파 장해(EMI) 측정 기업에 근무하는 의뢰인으로부터 직무발명에 관한 상담을 요청받은 적이 있다. 의뢰인은 EMI 측정 업무 중에 구상한 EMI 챔버에 대한 아이디어로 사업을 하기 위하여 퇴사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 기업에 직무발명에 대한 예약승계 규정이 준비되어 있다면 의뢰인은 사용자에게 직무발명을 신고한 후 회사의 승계여부 결정에 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퇴사에 대한 고민은 의뢰인이 본인의 발명에 대하여 생각하는 가치보다 회사의 보상이 훨씬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였다. 다시 말해서 직무발명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마련되지 않으면 직무발명을 발명자 스스로 실시하여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원초적 욕구를 거부하기 어렵다.

직무발명제도는 직무발명을 한 종업원에게 기업이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유도하여 그 발명에 대한 권리를 회사에 귀속시키는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직무발명제도가 기업문화에 널리 확산됨으로써, 종업원의 직무발명에 대하여 정당한 보상이 연구의욕을 고취하고 이에 따라 회사의 이익이 증대되는 R&D 선순환 구조가 하루빨리 구축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창희 특허법인 플러스 대표변리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