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은 우리 국민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 중에서도 `영미, 영미`, 비인기 종목이었던 컬링은 우리 국민들에게 영미 신드롬을 만들어낼 정도로 열풍이었다. 비록 경기를 지켜보는 국민들 대다수가 컬링 경기 규칙을 몰라도 4명의 팀원들이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내는 팀워크에 반해 열띤 응원을 한건 아닐까.

생각해보니 살아가는 나날이 더해질수록 일상에서 타인과 마음을 나누며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 대부분은 저마다의 이유로 타인과 시간을 공유할 기회가 없다.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동료들과 조직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공동체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고작일 뿐, 정작 우리가 주거하는 가정에서는 공동체 생활을 접할 기회가 없다.

이런 현실에서 이웃사촌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는 사전적 개념이 된지 오래다. 가족형태 변화, 사회적 구조 등으로 상실된 공동체를 회복 하고자 최근 많은 지자체들은 마을공동체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유성구에서도 비록 고층 아파트 단지가 마을을 대신하고 있지만, 바뀐 주거형태에 맞춰 마을공동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사업은 2015년부터 꾸준하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이웃과의 소통과 화합을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웃과 함께 시간을 공유하고 마음을 나눌 기회를 갖고자 하는 주민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독박육아가 힘들다면 육아품앗이, 집에서 안 쓰는 물건들을 이웃과 공유하고 싶다면 나눔장터, 층간 소음과 층간 흡연을 주민 스스로 해결하고 싶다면 주민갈등 해소사업 등 다양한 사업이 가능하다.

올해부터는 마을공동체 사업의 많은 부분이 개선되기도 했다. 지난 3년간 아파트 단지만을 대상으로 사업이 추진됐다면 올해부터는 구 전 지역이 사업 대상이다. 뜻이 맞는 주민 5명만 모이면 사업 신청이 가능하고 신청서 작성이 어렵다면 전문가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주민 입장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많이 고민하고 그것을 사업내용에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고민들을 사업 내용에 반영한 덕분인지 지난 2월에 접수를 시작한 올해 공모사업에는 많은 주민들께서 관심을 가져 줬다. 당초 35개 공동체를 지원하려고 공모를 실시했으나, 접수 마감 결과 81개 공동체가 신청해 44개 사업을 최종 선정했다.

마을 공동체 사업은 이처럼 거창한 사업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나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해내는 일이면 그것이 곧 내가 만들어가는 마을공동체 사업인 것이다. 사업초기인 만큼 누군가의 일상에서부터 시작하지만, 마을공동체 사업이 자리를 잡아가면 일자리 창출 등도 기대할 수 있다. 단순한 공동체 활동에서 나아가 마을기업, 협동조합과 같은 형태의 기업 창업으로도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도 혼자서 힘들어하며 주저주저 하고 있다면 일단 두드려보시라. 두드리면 마을공동체는 시작된다. 이원구 대전 유성구청장 권한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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