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모리스갤러리, 12-25일 '손민광'展

경험이 우러나는 어른 65.1X53cm Acrylic on canvas 2017
경험이 우러나는 어른 65.1X53cm Acrylic on canvas 2017
초상화는 오래된 미술의 양식 중의 하나다. 과거 종교적, 정치적 지도자의 영광을 기리고, 그의 영향력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던 초상화는 귀족과 상인의 정치적, 경제적 지위가 상승함에 따라 점차 비기득권층으로 확대됐다. 근대에 이르러 사진이 발명됨에 따라 초상화는 기존의 역할에서 벗어나 보다 실험적이고, 자유로운 회화의 영역이 됐다. 이제 작가들은 누군가의 주문에 따라 초상화를 제작하지 않고, 자신이 추구하는 주제에 따라 특정한 직업군, 특정 인종, 계급, 성별을 그렸고 자신의 화풍에 따라 다양한 표현기법을 감행하고 있다.

손민광 작가가 쏟아지는 이미지 속에서 의미있는 이미지를 찾아내는 것은 그의 주된 작업이다. 그는 직접 대면하는 가까운 지인의 사진이나, SNS에 업로드되는 이미지들 중에서 연예인, 사회특권층, 범죄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초상들을 수집하고 이를 재현하고 있다. 그는 있는 그대로 대상을 재현하고자 하지 않고 대상에게서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투영해 대상을 재현한다. 때때로 그것은 구체적인 형상을 띄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다양한 색채로 대상의 얼굴을 채운다. 특이한 점은 그가 대상에게서 느끼는 감정이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대상은 더욱 추상화된다.

초상화가 과거에는 누군가의 영광을 영원히 기리기 위한 권력의 표현이었다면, 근대 이후 초상화는 작가에 의해 보다 사적인 영역에서 주관적으로 표현되고 실험돼 왔다. 작가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초상화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다만 그는 보다 더 많은, 압도적인 양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직·간접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삶을 살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작가의 초상화는 개인의 주관적 감정과 우리가 알고있는 얼굴이라는 비실체성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텅 빈 얼굴을 채우려는 의지로 회화를 실천하고 있는 듯 보인다. 추상 초상화 특유의 모호성과 작품의 색감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작가의 전시는 오는 12일부터 25일까지 대전 모리스갤러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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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광 거사를 위한 만남 91X116.8cm Acrylic on canvas 2017
손민광 거사를 위한 만남 91X116.8cm Acrylic on canvas 2017

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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