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규 한남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정일규 한남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몇 년 전 꽤 많은 인기를 얻은 첩보영화 시리즈에 본레거시라는 영화가 있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첩보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도 국가 정보기관의 거대한 음모가 배경이다. 미국방부에서 비밀리에 염색체조작을 통해 매우 특별한 능력을 가진 군인을 만드는 연구를 수행한다. 그러나 조직의 권력자는 상황 변화로 인해 이 프로젝트의 존재를 감추려고 하고, 그래서 그동안 실험대상이 되었던 스파이들을 하나 둘씩 제거하는 과정에서 그 중 한 명인 주인공에 대한 추적과 도피와 싸움이 전개된다.

특별히 나의 관심을 끈 것은 그 비밀연구의 실체가 밝혀지는 장면에서다. 그 연구에서 주인공의 염색체에 변형을 가하여 미토콘드리아의 단백질 흡수율을 1.5% 높이는데 성공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오는 `미토콘드리아`에 대해 관객들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영화에서는 약간 모자란 저능아에 왕따였던 주인공을 염색체 2개에 약간의 변형을 가하여 미토콘드리아의 단백질흡수율을 높여서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특수비밀공작 요원으로 변신시킨다. 단백질흡수율이 겨우 1.5% 증가했지만 일반인에 비해서 유연성, 근력, 피로회복력, 신경반응속도와 지능까지 현저히 증가한 주인공이 자신을 제거하려는 음모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다.

이 미토콘드리아는 무엇일까?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에너지 생산 공장이다. 이 특별한 공장은 산소를 사용하여 영양소를 연소시킴으로써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이 에너지를 이용해서 심장은 뛰고, 뇌는 사고하며, 간세포는 영양소를 처리하고, 근육은 수축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인체의 모든 세포와 기관은 매 순간 끊임없이 이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이용해 생명을 이어가고 각자의 특수한 임무를 수행한다. 한 개의 세포 안에 있는 이 에너지생산 공장의 수는 평균적으로 약 300-400개 정도이다. 그러나 활동성이 높아서 에너지수요가 높은 세포 안에는 더 많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간세포는 1000개 이상이고 근육이나 뇌세포는 더 많으며, 쉬지 않고 펌프작용을 하는 심장근육세포에는 수 천 개의 미토콘드리아가 있다. 인체에 설립된 이 공장의 총 개수는 약 1경에 달하며, 총 체중의 10%에 달한다.

앞서 소개한 영화에서 약물을 통해 미토콘드리아의 단백질흡수율이 늘어난다는 것은 이 미토콘드리아의 DNA에서부터 시작되는 공장의 확장과 신설이 획기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는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 공장의 크기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또 개별 공장의 크기뿐만 아니라 공장의 수도 증가시킬 수 있다. 그 방법은 바로 `운동`이다. 어떤 운동이든지 대근육을 사용하는 운동을 정기적으로 꾸준히 하면 이 미토콘드리아의 크기와 수가 증가하게 된다. 특히 심폐순환계의 운동일수록 효과적으로 늘어난다. 이 공장이 늘어나면 인체는 더욱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사나이로 불렸던 박지성이 지치지 않고 뛸 수 있었던 비결은 사실 두 개의 심장이 아니라 그 자신의 근육에 일반인의 두 배가 넘게 갖고 있던 미토콘드리아에 있다.

또 우리의 건강은 이 공장이 얼마나 잘 기능하는지에 달려있다. 비만이나 당뇨병이 있으면 현미경상으로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형태가 변형되어 보인다. 이 공장의 기능저하는 노화를 일으키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다. 기능이 저하된 비정상적인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활성산소를 만들어 낸다. 문제는 과잉 생산된 활성산소가 동맥벽이나 간세포, 뇌세포 등 인체 모든 세포에 손상을 입힌다는 점이다. 그로인해 동맥경화는 물론이고 치매나 당뇨병과 같은 질병이 초래된다.

어떻게 하면 이 공장을 구조적으로나 기능적으로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 물론 결론은 정기적인 운동이다. 보조적으로는 과식을 하지 않고, 정제된 당을 줄이며, 섬유소를 충분히 섭취하며, 장내의 미생물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도 도움을 준다.

이제 운동화 끈을 매고 밖으로 나갈 때이다. 마침 다가오는 새 봄의 생명잔치에 참여하여 내 몸 안에도 이 에너지 생산공장을 확장하고 신설할 때이다.

정일규 한남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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