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국정기조 중 하나가 바로 더불어 살아가는 상생협력의 가치를 반영한 공생경제다. 지난해 중소기업실태조사 결과 중소제조업체의 41.9%가 수급기업이며, 이들 매출액의 81.4%가 위탁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공생경제기반 구축이 멀고 험한 것으로 보였다.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과거 산업화시대 고속성장을 위한 대기업 위주의 불균형 성장전략을 추진하며 독자적 생존역량을 보유한 중소기업 육성에 상대적으로 소홀하고, 대기업과 협력중소기업간 수직계열화로 효율성 위주의 성장전략을 추진해온 결과로 보여진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협력중소기업이라는 용어보다 하도급이나 납품업체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사용해왔으니 말이다. 급변하는 글로벌경제의 개방 및 융합, 혁신이라는 특성상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종속적 거래관계에만 의존해 사업을 영위하는 시대는 지나고, 독자적인 기술혁신역량을 키워 거래관계를 다원화하고, 독자적인 해외진출역량을 키우지 않고는 생존이 불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협력기업을 상생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체계적인 성과공유목표를 설정해 실천해 나가지 않는 한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려울 수도 있다. 대·중소기업간 거래에서 이러한 동반자적 협력파트너 관계 구축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걸림돌이 바로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의 기술탈취다. 중소기업이 열과 성을 다해 개발한 자산인 기술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부족과 중소기업의 대기업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인해 부당한 기술자료 요구에도 거부가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 얼마 전 정부합동으로 발표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에서 드러났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탈취가 그 자체로의 심각성 외에도 적정 납품단가 보장 미흡으로 이어지고 다시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및 투자 의욕을 저하함은 물론 우수인력 확보 등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도 좌절시켜 국정 최우선과제인 일자리창출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대기업 측에서도 치열한 글로벌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경쟁력 우위를 점해야 함으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항변할 것이고, 중소기업 측에서도 매출처 다원화 및 수출역량 제고 등 자체노력이 미흡한 점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대변되는 미래경제환경에서는 과거 먹이피라미드의 최상위를 차지했던 공룡이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한 것처럼 규모의 경제로 밀어붙이던 방식은 끝날 것이며, 기민함과 유연성을 토대로 환경변화에 적시 대응하고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혁신형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혁신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체계적인 M&A 등을 통해 대비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상대적으로 쉽고 당장 비용이 적은 기술탈취라는 달콤한 덫에 빠져 미래 글로벌성장잠재력을 훼손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 그렇다면 해답은 무엇일까? 물론 얼마 전에 발표한 기술탈취 제재강화 및 예방조치 강화 등 범정부차원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당사자의 노력 특히 동반자로서 협력중소기업의 정당한 기술개발의 성과를 제대로 인정해주고 북돋아주어 궁극적으로 모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의 지렛대로 삼는 중장기적 혜안이 해답이 아닐까하고 조심스레 동반자의 소중함을 되뇌어본다. 홍진동 대전충남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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